프랑스인들의 감성과 감각을 가장 잘 재현해온 사진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집이 출간됐다. 50편의 사진과 포콩의 에세이가 담긴 「사랑의 방(Les Chambres)」(마음산책刊)은 '부재(不在)'의 공간을 채워넣는 대신 '부재'에 적응하고자 노력함으로써 오히려 '현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전해준다. 포콩은 유년과 청춘이라는 이미 지나간 시간, 추억이 깃들었던 공간을 사진을 통해 재현하려고 시도한다. 포콩의 대표작은 1980년 마네킹 인형으로 소년시절의 추억을 재현한 '여름 캠프' 시리즈. 이 작업을 계기로 '메이킹 포토의 선구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포콩은 1986년이후 짙은 상실감이 감도는 '텅 빈 방'의 실내 풍경을 통해 '시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포콩이 찍은 빈 방 풍경들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천장과 바닥, 벽, 모서리, 창문, 커튼과 같은 '방'의 기본 배경 속에 어린시절 갖고놀던 잡동사니들, 시든채 흩어진 꽃다발들, 깨진 수박 등 여러 '상실의 이미지'들이 나뒹군다. 어린아이의 낙서로 채워진 방 ('사진기들' 51쪽)에는 유년시절 '가장 행복했던 한 때'에 대한 향수가 배어있다. 구겨진 이불과 벌거벗은 몸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첫번째 사랑의 방'(32쪽) 풍경에는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듯 하며 '죽은 사랑의 방'(84쪽)에는 지저분한 매트리스가 쌓여있는 허망한 폐허의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집 후반에 수록돼있는 '황금의 방' 사진들은 포콩이 일본과 태국을 여행하던 중 현란한 비단의상과 황금의 사원으로부터 영감을 받은데서 비롯됐다. 거울에 반사시켜 방의 내부로 끌어들인 여름 태양빛이 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덕성여대 심민화 교수가 옮겼다. 128쪽. 1만7천원. 한편 27일부터 12월21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원에서는 「우상과 제물들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그의 사진작품들이 전시된다.☎514-3439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