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통신이 융합된 뉴미디어 시대의 방송 환경을 이끌어 나가는 선두주자가 되겠습니다.” 지난 11월3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황규환 스카이라이프 사장(64)의 감회는 남달랐다.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약 30만명에 지나지 않았던 가입자는 황사장 부임 후 급신장을 거듭했다. 급기야는 스카이라이프 출범 1년 8개월 만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케이블TV의 경우 본방송 개시 4년 5개월 만에 유료시청가구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미국의 위성방송인 에코스타(EchoStar)는 1년10개월만에, 일본의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SkyPerfecTV)는 2년2개월만에 100만명 가입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런 국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스카이라이프는 1년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보급돼, 시장 개척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100만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3.5%였던 위성방송 보급율 또한 6.1%까지 끌어올렸다. 이 역시 해외의 위성방송 보급율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미국은 사업개시 2년차(24개월)에 보급율 3.4%, 영국은 5.5%, 일본은 1.4%를 달성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가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2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의 가입자 증가 추이를 지켜볼 때 2005년에 25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죠.” MBC와 SBS 지상파 재송신 문제와 케이블 TV와의 갈등 등 쉽지 않은 시장여건 속에서도 이와 같은 실적을 이룬 배경에는 황사장의 마케팅 전략이 놓여있다. 마케팅 분야에 핵심역량을 모아 총력전을 펼친 것. 가입자를 유치한 마케팅 분야 직원들에게는 실적을 보상받을 수 있는 성과급을 인상했다. 또 지난해 일본의 위성방송 환경을 둘러보고 온 직후 황사장은 고객센터의 상담원 인원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에는 200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상담원을 500명까지 증가시켰다. 경기도 수지에만 있던 고객센터를 확장해 현재 광주에서도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고객센터의 상담원들은 고객의 불만 사항을 해결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해지하려는 기존 고객의 의사를 반려시키기까지 합니다. 고객센터의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한 해지예정 고객 중 약 40%가 해지 의사를 철회, 가입을 유지하겠다고 돌아섰을 정도죠.” 황사장 취임 후 ‘디지털위성방송’이라는 이름답게 각종 첨단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상파나 케이블 TV보다 앞서 국내 최초로 쌍방향방송과 HD(High Definition·고해상)전용채널을 개국하는 등 디지털방송을 이끌어 갔다. 현대홈쇼핑과 제휴해 T-커머스(commerce)를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제일은행과 TV뱅킹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안방에서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피자를 시켜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쌍방향TV라는 게 마치 요술방망이와 같아서 실현가능한 서비스가 무궁무진합니다.” 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상품도 등장할 예정이다. 위성방송과 KT의 초고속인터넷 매가패스를 한데 묶어 파는 번들(Bundle)상품을 오는 12월1일부터 판매한다. 위성방송과 초고속인터넷에 따로 가입했던 고객들은 12월부터 위성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을 한번에 신청, 가입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와 KT 각각 20%씩 가격을 내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입자를 유치할 전략입니다. 이보다 한걸음 더 나가 내년 상반기에는 위성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셋톱박스’를 선보일 겁니다.” 자금 확보에도 적극적인 황사장은 지난 10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AIG와 1,000억원 외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에 증자를 통해 유입되는 1,470억이 합해지면 총 2,470억원의 자금을 확보, 문제로 떠올랐던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언덕이 많습니다. 그 무엇보다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재송신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해져야죠. 가입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 중 대다수는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내년 정도부터는 스카이라이프 고객도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임명된 배경에는 ‘방송’과 ‘경영’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경력이 작용했다. 그는 66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 후 67년 KBS의 기자 공채1기로 입사, 방송생활을 시작했다. 30여년의 방송기자 생활 후 KBS 경영기획본부 기획조정실장과 방송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을 익혀갔다. 삼양그룹 케이블TV 컨소시엄 대표를 맡으며 ‘케이블TV’를, 아리랑TV 사장을 역임하며 ‘위성방송’을, 경인방송 회장으로 일하며 ‘지역방송’에 대해 전문가가 됐다. 지상파와 케이블, 지역방송을 두루 거친 전천후 방송경영자인 셈이다. 그러나 무질서한 정글 논리로는 약육강식 시대를 맞게 되고, 출혈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이 협회의 경비 중 50%인 3억원을 지원했죠. 뉴미디어방송협회에서 여러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공론의 장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약력: 39년 충남 출신, 66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67년 KBS 기자 공채1기 입사, 77년 KBS 보도국 지방부 부장, 79년 KBS 안동방송국 국장, 83년 KBS 보도본부 사회문화부장, 86년 KBS 경영기획본부 기획조정실 실장, 89년 KBS 방송연구원장 겸 방송개획위 위원, 93년 KBS 기획조정실 실장, 96년 삼양그룹 케이블TV 컨소시엄 대표, 98~2001년5월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사장, 2001년 8월~2002년9월 경인방송 회장, 2002년9월~현재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대표이사 사장. 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