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작 '스캔들'에서 열녀 역을 맡아 열연한 톱스타 전도연(30)이 이번에는 해녀로 변신한다.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에서 우체국 직원 나영과 젊은 시절 해녀였던 어머니(연순)역 등 1인 2역을 해낸다. 나영이 20여년 전 어머니의 청춘기로 돌아가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팬터지 멜로물이다. 내년 봄 개봉을 목표로 촬영이 진행중인 제주 우도에서 전도연을 만났다. "다른 건 참겠는데 추워서 못 견디겠어요. 물만 차지 않다면 바다 속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겠는데….엑스트라를 맡은 해녀 할머니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근근이 버텨내고 있어요." 전도연은 물 속에서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더운 물에 몸을 담그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 말문을 간신히 뗐다. 잠시 몸을 덥힌 뒤에는 다시 물 속에 들어가야만 한다. 태풍 '매미'로 인해 바닷물이 더러워지는 바람에 일정이 지연되면서 쌀쌀한 날씨에 촬영이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흥식 감독과는 3년 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만나 친숙합니다. '인어공주'에서는 두 가지 배역을 해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너 아니면 이 역을 해낼 사람이 없다'는 말에 넘어가 이 고생을 하고 있지요." 전도연은 1994년 SBS 드라마 '블루'에서 다이빙 선수로 등장했을 만큼 수영에는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해녀들의 '물질'은 수영과는 다른 것이어서 스킨스쿠버 전문가와 해녀들에게 입수 자세와 호흡법 등을 다시 배웠다고 한다. "나영과 연순은 성격이나 차림새가 너무 달라 적응하기는 편해요. 다만 한 화면에 연순과 나영의 모습이 한꺼번에 비치는 장면들이 많은 게 부담스러워요. 따로 찍었다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가 없이 연기하려니 힘들어요." 이 영화는 시간이 앗아간 어머니의 젊음에 보상을 시도하려는 작품이다. 현실에서 팬터지 세계로 갔다가 다시 현실로 이동하면서 딸이 부모의 사랑을 찾아간다. '접속'과 '약속''해피 엔드'에 이어 '스캔들'까지 흥행작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전도연은 "'인어공주'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따스한 말을 건네도록 하는 훈훈한 영화"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