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영어 콤플렉스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학생이나 직장인 할 것 없이 모두 영어 배우기에 매달리고 영어학원이나 교재 출판사는 목하 성업중이다. 11월 5일 개봉될 `영어완전정복'(제작 나비픽처스)은 `한국병'으로 불러도 좋을만한 우리나라의 영어 열풍을 소재로 한 코미디. 지금까지 이런 소재를 왜 영화에써먹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설정만 봐도 웃음보가 터질 만한 상황들이 머리 속에 쉴새없이 그려진다. 이야기는 한 동사무소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푸른 눈의 외국인이 공과금 고지서를 들고 와 말단직원 나영주(이나영)에게 민원을 호소하는데 나서는 직원은 하나도없다. 쩔쩔 매던 영주는 시계 바늘이 6시를 가리키자 `Time Over'라고 말하며 곤경을 모면한다. 이날 밤 회식자리에서 동장(최주봉)은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룩한 나라의 동사무소에서 영어 할 줄 아는 직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하며 며 빈 소주병을 돌려 영어를 배울 사람을 뽑는다. 병 주둥이가 자신을 향하는 바람에 팔자에도없는 영어학원을 다니게 된 영주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 초보반에 들어가 걸음마를익힌다. 백화점 숙녀화 매장의 직원 박문수(장혁)는 `염불'(영어회화)보다는 `잿밥'(여자 꼬시기)에 눈이 먼 청년. 함께 배울 동료들을 보고 실망해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금발미녀 강사 캐서린(안젤라 켈리)이 들어선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영어로 프로포즈하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는 문수는 캐서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영어를 열심히 익히고, 문수의 작은 친절에 반한 영주는문수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영어 완전정복 작전에 돌입한다. 남성적 액션영화 전문감독에서 일대 변신을 시도한 김성수 감독은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콜라주 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신세대 관객에게 추파를 던지는가 하면 "It's Carrot.(당근이지)", "I Love You Long.(나는 너를 사랑하지롱)" 등의 익숙한영어 유머로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나영과 장혁의 표정이나 말투도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그럴싸하게 닮았다. 그러나 나문희, 김용건, 김영애, 김인문, 최주봉 등 쟁쟁한 중견배우들의 활약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머리 속에 그려본 상상만큼 재미나지는 않다. 영어학원 수강생들의 갖가지 사연이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강의실 풍경도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코믹에서 멜로로 무게 추가 옮겨가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