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제작 싸이더스)이27일(현지시각) 스페인에서 폐막한 제51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신인 감독상 2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올 최고의 흥행작과 대종상 최다부문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해외 유력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새로 갖게 됐다. 산세바스티안 영화제는 세계영화제작자연맹이 공인하는 A급영화제로, 지난해 제50회 영화제에서는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신인감독상 부문의 특별언급상을수상한 바 있지만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이 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해 `타임 투 킬', `폰 부스' 등으로 잘 알려진 조엘 슈마허 감독의 `베로니카 게린' 등 14편의 영화와 경쟁했다. 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살인의 추억'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공식 상영에서 현지 영화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으며 봉 감독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살인의추억'은 평단의 평가와 관객의 반응이 일치한 보기 드문 영화. 잘 짜인 시나리오,감독의 꼼꼼한 연출력, 배우들의 멋진 연기 등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살인의 추억'을 국내와 국외의 흥행과 비평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보기 드문 한국영화가 됐다. 지난 4월말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 동원한 전국 관객수는 약 510만 명. 소도시 배급업자에게 배급권을 넘기는 단매 지역관객을 합치면 54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친구'와 '쉬리', '공동경비구역_JSA'에 이어 '조폭 마누라'와 함께 4위권에 오르는 성적이다. 여기에 지난 6월 열린 제40회 대종상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봉준호),남우주연상(송강호), 조명상(이강산) 등 4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일본, 홍콩,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에 팔려 해외 수출 총액에서도 3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또 최근 한국은행은 이 영화가 중형승용차 2천800대 가량과 같은 규모의 688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올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살인의 추억'의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2개 부문 수상으로 제작사인 싸이더스는지난 6월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포함해 세계 유력 영화제 두 곳에서 신인급 감독의 영화 두 편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이뤘다. 1969년 9월 대구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감독은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94년 밴쿠버와 홍콩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으며 2000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차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