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야외 오페라로 관심을 모은 오페라「아이다」가 지난 21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3일간의 공연을 마치고 막을내렸다. 8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에 70여마리의 동물이 등장하는 화려한 극중 신, 1천여명이 넘는 출연진 등 스펙터클한 규모와 연출로 개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뿌린 이번공연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연 획기적 실험으로주목받을만했다. 일단, 공연의 제작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무대 디자인, 50여장의 대형 영상을 활용한 장면전환 등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수많은 엑스트라 출연진과 동물들의 행진은 다소 산만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관객들에게 색다른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대형 야외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무대, 첨단 음향장치로 야외 오페공연의 낭만을 만끽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특히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라다메스 역),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아이다 역), 마리아나 펜트케바 (암네리스 역) 등 주역 성악가들의 호연은 '운동장 오페라'라는 한계에도 불구, 관객들의 '듣는 즐거움' 또한 채우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공연 진행 등 무대 바깥의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는 관객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첫날인 19일을 제외하고 20-21일 공연의 경우 출연진들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오후 8시로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간이 30-40분이나 지연됐지만,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 하나 없었다. 21일 공연에서는 티켓 구입 관객 전원에게 나눠 줄 예정이었던 오페라 글라스를공연 전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로 2막이 끝날 때까지 지급 하지 않아 역시 관객들의 불만을 샀다. 공연 내내 산만한 객석 분위기도 문제였다. 막과 막 사이는 물론 심지어 공연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도 객석에서는 그라운드와 스탠드 할 것없이 빈 좌석, 좀 더 나은 좌석을 찾아 우루루 이동하는 관객들의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역시 '운동장'라는 장소의 한계와 관객들의 무질서한 관람 태도 등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최소한의 공연 관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진행 요원들의 역할은 어디 갔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았다. 21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한바탕 '귀가 전쟁'까지 치러야했다. 공연이 늦게 시작한 탓에 무려 자정이 다 돼서야 공연이 끝났지만 일요일인 관계로 지하철 연장이 되지 않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수많은 관객들이 대로변에서 차를 잡느라 극심한 혼잡을 빚고 만 것이다. 한편, 주최측에 따르면 3일간 공연을 통한 티켓 판매 매출은 총 40억원 정도에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제작비의 절반 가량에 불과한 액수다. 이처럼 예상외로 낮은 티켓 판매율에 대해 경기 악화 등 외적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티켓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등 애초에 마케팅 측면에서 전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최사인 CnA코리아 배경환 대표는 "공연을 앞두고 국내 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데다 유난히 잦았던 비 등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아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라며 "티켓 가격 책정의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이어 "충실한 제작으로 세계시장에 내 놔도 손색없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 미흡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보완, 앞으로 작품 제작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투란도트'에 이어 이번 '아이다'를 계기로 대형 야외 오페라에 대한지나친 '거품'도 어느정도 가라 앉지 않겠느냐는 것이 공연계 전반의 분위기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투란도트'와 '아이다'는 우리 공연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준 사례"라며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거품을 키우는 화려한 외형에 실속없는 내용이 이어진다면 결국 득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