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흡혈귀)와 늑대인간은 서양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양대 괴물이다. 산 자의 피로 생명을 이어가는 흡혈귀,보름달이 뜰 때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은 인간 내면의 불안감에서 탄생했다. '언더월드'(감독 렌 와이즈만)는 흡혈귀와 늑대인간들을 한자리에 불러내 반목과 대결하는 모습을 세련된 영상으로 보여주는 액션·공포영화다. 어둠 속 지하공간에서 펼쳐지는 양 종족간 싸움이 공포물의 끔찍함과 액션물의 박진감으로 포장되면서 관객들을 긴장 속으로 몰아간다.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낡은 고성(古城)을 근거지로 사는 귀족의 후예들이며 늑대인간은 그들의 하인이었다가 독립해 지하철과 하수도를 전전한다. 신분과 혈통의 순수성에 대한 견해차로 수백년간 전쟁을 벌여 온 두 종족의 내력은 사실 '피의 역사'로 얼룩진 인간 역사와 다를 바 없다. 흡혈귀족의 여전사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어느날 늑대인간들에게 쫓기던 인간 '마이클'(스캇 스피드만)을 구해주면서 자신의 정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비밀은 원수라고 여겼던 자들이 피해자이고 은인이라고 믿어온 자가 바로 원수라는 사실이다. 공포영화의 괴물들이 우리의 다른 자아인 것처럼 이 영화는 시선과 관점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편 혹은 우리 자신이 항상 옳지는 않으며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도 타인이 아니라 자신일 수 있다는 일깨움이다. 카메라도 인간의 시점이 아니라 흡혈귀나 늑대인간의 시점에서 인간을 관찰한다. 창백한 얼굴에 긴 망토를 입은 흡혈귀 셀린느는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순수한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인간보다는 차라리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늑대인간과 흡혈귀의 피를 모두 받았을 때 가장 강한 존재로 거듭난다. 다른 종족을 포용하거나 사랑을 얻은 순간에야 강한 인간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흡혈귀가 18~19세기의 고딕소설 양식에서 탄생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서늘한 이미지의 고딕풍 건물이 즐비한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특수효과가 빚어낸 늑대인간과 흡혈귀의 속도감 있는 액션은 잔혹하면서도 감각적이다. 26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