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배우 고(故) 김진규씨의 막내 아들 진근씨(32)가 늦깎이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올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박기형 감독의 공포영화 '아카시아'에서 주인공 의사 역을 맡았다. "저에게 아버지는 큰산이자 넓은 그늘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아들인 것이 감사할 따름이죠.그분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연기생활을 해나가겠습니다." "부모님 반대도 심했지만 둘째 누님(김진아)이 영화계 입문을 특히 말렸어요. 누님이 활동하던 80년대는 영화 환경이 열악했잖아요. 그러나 누님은 제가 연기를 본격화한 뒤에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어요." 그는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94년 대학로의 극단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95년부터는 5년간 다시 미국에 머물며 뉴욕에 있는 리 스트라스버그의 연극학교를 졸업했다. 이른바 '메소드' 기법의 연기를 가르치는 이 학교는 마릴린 먼로와 알 파치노 등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연기학교.이 경력으로 그는 2년 전부터 성균관대 연기예술학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년여 전 '단적비연수'에서 조역을 맡은 게 첫 국내 영화 출연이었죠.더 이상 연기를 쉬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카시아'의 오디션에 응했는데 운좋게 큰 역을 맡았습니다." 설경구와 최민식을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서 인정받은 뒤 기회가 되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