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개봉하는 영화 '4인용 식탁'(제작 영화사봄ㆍ싸이더스 HQ)은 각각 '인디언 썸머'와 '엽기적인 그녀' 이후 2년만에 복귀한 정상급 스타 박신양과 전지현의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기다리는 동안 기대가 커진 탓일까. 박신양의 연기는 어눌하게 더듬거리는 대사마저 작위적으로 느껴져 부담스럽고, 전지현은 감당하지 못할 현실에 슬퍼하는 여주인공 치고는 목소리에 기운이 있어 보인다. 정원(박신양)은 사랑하는 여자 '희은'과의 결혼을 앞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어느날 지하철에서 죽은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이후 혼령의 방문을 받게 된다. 신혼집 '4인용 식탁'에서 죽은 듯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자꾸만 목격되는 것. 그러던 어느날 정원은 일 때문에 찾은 정신과 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젊은 주부 '연'을 만나게 된다. 무슨 복잡한 사연이 있는 듯 연은 갑자기 잠에빠져드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정원은 자신의 공포를 연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에게접근한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연. 결국 연은 정원의 숨겨진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하는데…. 영화의 색깔은 공포영화에 자주 나오는 검정색이기보다 도시의 회색에 가까운편. 감독은 빗속의 눅눅함보다는 땡볕 아래의 숨막힘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려 하는 것같다. "보이는 것, 믿고 싶은 것, 혹은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외에도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감독은 자신의 목소리를 스스로의 톤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공포영화의 장르적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죽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일찍 나타나는 반면 다소 늦게 밝혀진 주인공들의비밀은 123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줄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객들을 버겁게 만든다. 정원이 연의 비밀에 대해 라디오 방송과 신문 등 우연히 알게 된다는 사실은 억지스럽고 아이들이 잔인하게 숨지는 장면은 공포스럽기보다는 잔인하게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