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보기관장의 '날라리' 아들 철수. 공부보다는 무도회장에서 뭇 여성에게 '작업' 거는 것을 즐기는 그는 부족한 학점을 채우려고 참여한 옌볜 고분 답사에서 운명적인 여자 영희를 만난다. 그녀는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딸. 이제 이 바람둥이는 사상 최초로 북한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남한의남자대학생이 된다.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남북한 문제가 상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기획중이거나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 북한 소재의 영화는 4편 이상. '남남북녀'(제작 아시아라인),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 '그녀를 모르면간첩'(제작 M3엔터테인먼트)을 비롯해 이경규의 연출 복귀작 '우리가 몰랐던 세상'까지 분단 반세기 어느 때보다 제작이 활발한 듯하다. 최근 촬영을 마치고 다음달 14일로 개봉 날짜를 잡아놓은 '남남북녀'는 남북학생 고분발굴단에 참가한 남한의 바람둥이 철수와 북한의 여대생 영희의 사랑을 그린영화. 배우 정준호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북한 병사들의남한 표류기다. 해안 초소의 북한군 '동해'와 '백두'가 우연히 남한으로 떼밀려 와황당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최근 김정화를 캐스팅하고 9월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제목 그대로 간첩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팬 사이트까지만들어 질 정도로 '퀸카'로 인기를 모으던 여대생이 알고 보니 진짜 간첩이었다는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이경규의 연출 복귀작 '우리가 몰랐던 세상'도 간첩이 등장하는 영화. 20년 전의 남한 실상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던 간첩이 남한에 내려와서 겪는 문화충돌을 소재로 한다. 이렇게 간첩이나 북한군, 북한 여성 등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듯하던 북한이 좀더 친근한 존재가 됐다는 증거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 방문이 가능해졌고 육로와 철길이 막혀있던 남북을 이어주고 있으며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는 미모의 북한 여성응원단들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렇게 북한을 웃음의 소재로 하는 영화가 늘고 있는데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눈길도 많다. 한 영화인은 "북한이라는 소재는 진지하게만 접근하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에코미디로 접근하게 되는 듯하다"며 "이런 소재가 최근의 몇몇 코미디 영화의 공식대로 가벼운 웃음과 감동을 주기 위한 것으로만 사용될까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을 희화화시키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우려도 있다. '남남북녀'에서 북녀(北女) 영희는 남한의 라디오를 몰래 들으며 god 노래의 가사를 받아적는다. '그녀를…'에서 남파된 간첩은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남한 사람들에게 속아 피라미드 판매조직에 들어가고 '우리가…'에서 이미 한참 지난 남한 실정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고 남파에 온 간첩은 우왕좌왕한다. '그녀를…'의 한 관계자는 "'간첩'은 로맨틱 코미디인 이 영화에서 소재로만 등장할 뿐"이라고 전제한 뒤 "소재를 왜곡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코미디라고 해서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라는 소재를 한결같이 코미디로만 풀어가려는 경향은 우려가 된다"며 "북한 소재의 코미디 영화가 성공을 하려면 웃음을 통해 코미디만이 줄 수 있는 신랄한 현실풍자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