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33)이 코미디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제25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회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폐막된 영화제에서 장 감독에게 은게오르기 감독상을 수여했다. 작품상인 금게오르기상은 시인 로르카의 삶을 그린 스페인 미구엘 에르모소 감독의 '신비의 종말'에 돌아갔다. 은게오르기 심사위원특별상은 바다로 나간 아버지와 아들의 행적을 추적한 러시아의 두 젊은 감독 흘레브니코프 및 알렉세이 포포그레브스키의 '콕테벨(Koktebel)'이 차지했다. 또 은게오르기 남우주연상은 이란의 파라마르즈 가리비안('먼지 속에서 춤추기')이,여우주연상은 일본의 오다케 시노부('올빼미')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에는 한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이란 일본 미국 등에서 출품된 19편의 영화가 참가했다. '지구를 지켜라'의 감독상 수상은 지난 89년 강수연('아제아제 바라아제')과 93년 이덕화('살어리랏다') 등이 이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10년만의 일이다. 이 영화는 자신의 불행이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 때문이라고 믿는 병구가 외계인으로 지목한 중소기업 사장을 납치해 대결을 벌이는 독특한 이야기를 코미디 SF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버무려낸 작품. 지난 4월4일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전국에서 6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쳐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대종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모스크바영화제 감독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장 감독은 "아버지(한국 관객)로부터 인정받으려고 애쓰던 아들이 이웃(모스크바 영화제)으로부터 먼저 인정받은 셈"이라며 "국내 재개봉을 통해 우리 관객들로부터 재평가받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