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감독의 형사영화 '와일드 카드'가 오는 16일 개봉된다. '와일드 카드'는 강남의 환락가를 무대로 행인을 불시에 폭행한 뒤 돈을 뺏는 일명 '퍽치기' 범죄를 다룬 영화다. 퍽치기는 우리 주변에서 가끔 일어나지만 영화 소재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속에서 방제수 형사(양동근)와 선배 오영달 형사(정진영)는 모두 경찰 임무에 충실한 '바른생활' 형사다. 하지만 '범인검거 수칙'을 둘러싸고 늘 대립한다. 1990년대 대표적인 형사물 '투캅스'에서 부패한 선배와 깨끗한 후배가 충돌했던 양상과는 다르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패는 감소한 반면 업무능력이 인간관계의 키워드로 등장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인 신세대 방 형사 캐릭터는 선배를 향해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거나 무능한 선배 장 형사에게 '한방'을 날리기도 한다. 짧은 머리와 까칠한 수염,청바지와 가죽자켓을 즐겨 입는 그는 업무에 충실하지만 일벌레는 아니다. 업무 틈틈이 상관 강나나 경위(한채영)를 쫓아다니며 구애작전을 펼치는 낭만을 지녔다. 활달한 신세대와 달리 구세대는 무능하게 비친다. 자상(刺傷)의 고통을 겪은 뒤 칼을 보면 몸이 굳는 장 형사처럼 구세대의 경험은 '보약'이 아니라 '고질병'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구세대는 신세대의 도전을 무한한 애정으로 끌어안으면서 훈훈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범인의 공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형사 부인,지루한 잠복 근무,형사끼리의 공훈 다툼 등 수사관의 애환들은 이야기 흐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인 대가로 죄값을 흥정하는 안마시술소 대표 '도상춘'의 코믹 연기는 관객들의 허리를 꺾어 놓는다. 영화는 범인의 정체를 일찌감치 밝히고 수사관들로 하여금 거리를 좁혀가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강남의 환락가를 무대로 삼았기 때문에 스릴러지만 화면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공동 시나리오를 쓴 희곡작가 이만희씨와 김유진 감독은 멜로영화 '약속'(98년) 이후 5년만에 성공적인 공동작품을 내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