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흥행구도가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한국 영화들이 개봉 후 1주일내에 간판을 내리거나 혹은 4주 이상 장기 흥행하는 패턴으로 갈리면서 관객수 40만∼80만명의 '중급 흥행영화'들이 사라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1·4분기 개봉된 국산 장편영화 9편 중 관객 40만∼80만명을 동원한 영화는 한 편도 없다. '동갑내기 과외하기'(4백90만명)를 비롯 '선생 김봉두'(2백40만명) '클래식'(1백55만명) '이중간첩'(1백5만명) 등 4편은 1백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마들렌'(36만6천명) '대한민국헌법제1조'(31만명) '쇼쇼쇼'(10만명) '블루'(20만명) 등 나머지 4편은 40만명을 채우지 못한 채 개봉 1주일 만에 간판을 내렸다. 관객수 40만∼80만명의 영화가 없다는 것은 영화배급 시장이 극히 불안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0만∼80만명은 개봉관에서 보통 2∼3주 동안 상영해야 동원할 수 있는 관객수로 예년에는 분기별로 3~4편씩 나오는 게 보통이었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관객들이 '동갑내기…'나 '선생 김봉두' 등 특정 장르에만 쏠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개봉돼 이미 2백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인 '살인의 추억'도 장르가 스릴러이긴 하지만 내용 중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 올해 흥행 실패작들은 대부분 2∼3년 전 영화 과잉투자 열풍 속에 기획된 것들로 관객들의 코드를 맞추는 데 실패했거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멀티플렉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급 패턴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흥행작은 2∼3개 관에서 동시에 상영하지만 관객 반응이 좋지 않으면 1주일만에 신작으로 즉각 교체하는 추세다. 시네마서비스 김동현 차장은 "과거와는 달리 상영중인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간판을 즉각 내리는 게 일반화돼가고 있다"며 "극장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이같은 흥행 양극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