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KBS 이사회로부터 신임 사장에 임명제청된 정연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24일 한나라당 언론대책특별위원회가 △방송 전문성 △도덕성 △이념적 편향성 △언론관 등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편파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지적과 함께 정연주 내정자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해명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한나라당)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선별 방북 취재 논란이 있을 때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 취재했으며 김일성 '사망'을 '서거'로 표현했다. ▲친북 편향성이 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언론의 냉전적 시각에 기초한 북한 보도와 다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나는 북한의 주장도 가감없이 전달해 독자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94년 방북 취재했을 때 북한에서 나를 선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기자가 얼마나 방북 취재를 신청했는지도 의문이다. 현지에 가서는 북한 당국과 취재에 대한 문제로 다투다가 나흘 만에 내 발로 걸어나왔다. 기사에 셋 전부 `사망'이라고 썼는데 한두 군데 `서거'란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쓴 것 같다. 어느 한쪽의 시각만 갖고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조폭 언론'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 쓸 정도로 편향된 언론관을 갖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글에서 `조폭적 행태'라고 표현했다. 표현이 거칠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확한 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해석이 엇갈리는 상태에서 한쪽에서 말하는 것만 갖고 따진다면 그게 오히려 편향된 것 아닌가. 내가 그런 시비를 건 것은 언론으로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다. ▲MBC 시청자위원을 1년8개월째 하면서 방송 메커니즘을 많이 알게 됐다. 18년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공영방송 PBS에 대한 관심이 많아 굉장히 열심히 지켜봤고 공부도 많이 했다. 지켜봐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다. --두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어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형을 살다가 79년 12월 감옥에서 풀려난 뒤 이듬해 5ㆍ17 사태로 수배됐다. 부모님이 미국에 계신 형님 곁으로 떠날 때 배웅도 못했다. 나중에 수배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81년 6월과 7월 부모님이 잇따라 돌아가셔서 평생한으로 남아 있다. 부모님 묘소에 절도 해야겠고 국내에서는 취업도 안되고 해서 미국에 가려고 했는데 그때는 유일한 방법이 유학이었다. 82년 11월 미국으로 떠날 때 아무 생각없이 8살과 6살이던 두 아들의 호적을 뽑아 옮겼다. 두 아들이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해 아비로서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89년 5월 휴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한겨레신문 워싱턴특파원으로 발령받았다. 같이 워싱턴으로 가겠느냐고 아들에게 물으니 휴스턴에 계속 살겠다고 해서 나는 11년 동안 워싱턴에서 혼자 살았다. 내가 귀국한 것은 2000년 6월이었다. 그때 27살과 25살이던 아들의 의향을 물어보니 미국에 계속 살겠다고 해 그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눌러 살 거라면 시민권을 얻으라고 권했다. 취업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미국 교민에게도 한국계 하원의원을만들기 위해서라도 시민권을 얻을 것을 역설했다. 최근에 아들 문제를 꺼내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내 말대로 시민권을 신청해 1년 반 전에 받았다고 했다. 아들의 병역 기피를 위해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했다면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지만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 너무 어릴 때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갔고 오래 살다보니 아들이 너무 커버렸을 뿐이다. 물론 우리 정서에 비춰보면 미국 시민권을 얻은 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KBS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할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