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하태진(河泰瑨ㆍ65)씨는 그동안 몸담았던 모교 교단을 올해 떠난다. 홍익대 동양화과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한 것이 1974년이니 30년에 가깝고, 조교수 시절부터 쳐도 23년을 헤아린다. 올해는 하씨뿐 아니라 교단을 떠나는 정년퇴임 한국화가가 유난히 많다. 홍익대송수남 교수가 그렇고 서울대 이종상ㆍ정탁영 교수가 또 그렇다. 중앙대 오태학, 이화여대 이규선, 덕성여대 임송희, 추계예술대 신재영 교수도 줄줄이 퇴임한다. 한국화 교수들이 이처럼 대거 정년퇴임하는 경우는 근래 없던 일. 이들은 모두1938년생으로 1970년대 이후 한국화단을 주도해왔다. 이들의 퇴임으로 한국화단도세대교체 바람 속에 일정한 변화를 겪을 게 분명하다. 하씨는 퇴임을 기념해 큼직한 개인전을 마련한다. 오는 9일부터 22일까지 서울인사동 갤러리상 전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30호에서 100호에 이르는 수묵 실경산수화 40여점이 출품된다. 21번째 개인전으로, 1997년 이후 6년만에 갖는 전시이기도하다. 하씨는 정선의 진경산수 정신을 계승한 전통 산수화가로 꼽힌다. 이상범, 변관식으로 대표되는 사경산수화 전통을 충실히 이어온 화가인 것이다. 홍익대 화풍으로통하는 사경 전통은 동양화 정신을 추구하되 철저한 사생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박노수, 서세옥 등이 이끈 서울대 중심의 문인화 전통과 대비된다. 이번 전시에는 물과 산이 어우러지는 한국의 풍경과 장엄한 대자연의 기상이 느껴지는 중국의 풍광이 한지에 담겨 출품된다. 한국의 풍경은 대부도, 거제도, 제주도, 영종도, 한려수도 등 서해와 남해에서 주로 그렸고, 중국의 풍광은 거봉이 우뚝솟은 내륙의 황산(黃山)과 장가계(張家界)에서 얻어왔다. 한국의 풍경은 산과 물과 계곡을 대상으로 하면서 과장이나 꾸밈이 없어 수수한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곰소, 고흥, 애월리 등이 수묵담채로 담백하게 표현되면서도 주관적 심상이 곁들여져 있어 다정하다. 중국의 풍광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산봉우리들을 그려서인지 웅혼함이 일품이다. 전시장에는 이들 두 화풍이 조화 속에대비를 이루게 된다. 전시를 앞두고 그의 제자와 후배들로 구성된 신묵회(新墨會)는 두툼한 화집을발간했다.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이 화집은 하씨의 화업 45년을 결산한다는 의미도지니고 있다. 수록작은 1997년에서 지난해까지 제작한 그림들인데, 실경산수화 외에개나리, 홍매화, 표주박, 국화 등 문인화들도 실렸다. 그는 1990년과 97년에도 화집을 낸 바 있다. ☎ 730-003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