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꿈'은 이루어 질 것인가. '꿈'(Dream)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5일부터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 펼쳐진 2003 통영국제음악제가 2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폐막 무대를 끝으로 9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쳤다. 국제음악제로는 2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는 공연이나 참가자 수 등 양적인 면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질적인 수준은 한층 높아진 모습을보여줬다. 참가자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세계 최정상급인 빈 필을 비롯해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독일 앙상블모데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세종솔로이스츠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는 해외 음악계에서 '윤이상'이라는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불과 2회째를 맞은 신생 음악 페스티벌치고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프로그램도 훨씬 다양해져 윤이상을 비롯한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 뿐 아니라 고전음악, '종묘제례악' 등 국악, 종교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골고루 소개됐고윤이상의 오페라 '류퉁의 꿈' '나비의 미망인' 등 두 편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관객들의 참여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70%선이었던 공연 매표율은 이번 행사의 경우 85% 수준으로 올라갔으며 총 20회의 공식 공연에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주최측은 추산하고있다. 공식 공연 외에 주변부에서 열린 '프린지' 행사에 참가한 50여개 단체와 관람객까지 포함한다면 수만명을 헤아릴 정도다. 음악제 사무국측은 "초대권이 거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매표율이 80% 이상을 기록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관객의 50%는 통영시민, 30%는 경남 지역, 나머지는 서울 등 그 외 지역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2003 통영국제음악제는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음악행사로서 그 가능성과 인지도를 한층 더 높였다고 볼 수 있지만 지역축제 수준을 벗어나 세계적인 음악제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프라 부분. 현재 900석 규모의 대극장, 250석의 소극장을 갖춘 통영시민문화회관의 경우 발밑에 바다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등 입지 조건은 훌륭하지만 무대가 비좁고 음향시설 등이 열악해 전문 클래식 연주공간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주최측은 이와관련, 음악제의 향후 핵심사업의 하나로 오는 2006년까지 1천500석의 콘서트홀을 포함한 국립통영음악당을 새로 설립,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같은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음악당 완공 시기에 맞춰 음악제 외에도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1년 내내 상설화하고 기존의 시민문화회관은 오페라나 소규모 실내악 전용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것. 특히 '윤이상'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윤이상 생가복원, 공원 조성, 기념관 건립 등을 아울러 추진하고 주변의 관광지와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관광도시로 키운다는 것이 계획의 장기적인 목표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려면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략 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음악당 건립을 위해 주최측은 앞서 지난해에도 정부에 국비지원을 요청한 바 있지만 사업타당성 여부 등을 들어 기획예산처에서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음악당이 계획대로 완공된다 하더라도 상당수의 다른 지방 공연장들처럼 결국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제 일부에서는 시민문화회관의 시설을 증.개축해 사용해도 충분할 것을, 도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또하나의 음악당을 굳이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음악당 건립과는 별도로 음악제를 차질없이 개최하기 위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 문제도 시급하다. 올해의 경우 국비 2억원, 도비 1억원, 시비 8억원 등 총 15억원이 소요돼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두 배로 늘었지만 앞으로 행사규모가 계속 커질수록 정부 예산 외에 기업 후원.협찬금 등도 상당수 필요할 것으로 주최측은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음악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도 자주 거론돼 온 문제 중 하나다. 올해 행사 프로그램의 경우 현대음악 외에 베토벤, 하이든 등 고전 음악가들의 작품 연주를 비롯해 빈 필 등 정통 클래식 연주단체들의 참가도 두드러 졌는데 이는윤이상을 기리는 '현대음악제' 성격을 표방했던 당초 의도와는 조금 달라진 것. 음악제 사무국측은 "행사를 시작할 때는 독일 도나우싱엔 같은 현대음악제가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더 나은 벤치마킹 대상으로보고 있다"며 "현대음악의 초연, 위촉 무대가 중심이 되도록 하되 고전음악과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적절히 가미해 친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