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중단되는 한국영화가 속출하고 있다. 제작중단된 영화들은 신생영화사의 창립작품이거나 군소영화사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2001년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이 정점에 달했을때 기획돼 촬영에 들어갔다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작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권상우와 김정화가 출연하는 액션물 "데우스마키나"(감독 이형하)는 지난해 11월께 촬영이 절반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제작사 뮈토스필름이 그동안 3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 투입했지만 추가 자금을 모으지 못해 제작이 중단된 것.남양주 영화촬영소에 설치됐던 이 영화의 세트마저 최근 철거돼 촬영이 언제 재개될지 미지수다. 광산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멜로영화 "여우비(감독 김진욕)와 안성기 백제현이 주연하는 코믹뮤지컬 "미스터레이디"(감독 조명남.제작 인디컴)도 각각 촬영이 70%,65%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됐다. 무협액션 "청풍명월"(감독 김의석.화이트리 제작)과 멜로물 "봄날의 곰을 좋아 하세요"(감독 용이.이손필름)는 촬영을 마쳤지만 후반작업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액션물 "스턴트맨"(감독 김성홍.제작 스튜디오플러스)과 멜로 "강아지,죽는다"(감독 박광우.제작 팜프로덕션)역시 자금사정 악화로 제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개봉시기를 연초에서 6월께로 미뤘다. 이처럼 제작중단되는 영화가 속출하는 이유는 영화계의 과당경쟁으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진데다 최근 경기침체까지 겹쳐 투자사들이 영화투자자본을 급격히 줄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리아픽쳐스,삼성벤처투자 등 주요 투자사들의 경영진이 바뀌면서 신임 대표들이 긴축경영에 들어간 것도 영화계 자금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계에서는 영화가 촬영중단된 후 6개월이 지나면 제작재개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태프들이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탓에 추가비용이 많이 들고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된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의 경우 제작일정이 지연되면서 예산이 당초 보다 두배 이상 불어난 1백10억원이나 투입됐지만 완성도가 낮아 흥행에 실패했다. 강남의 한 영화제작자는 "영화계에 돈가뭄이 극심해 앞으로 제작중단되는 영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나마 흥행이 되는 코미디영화가 아니면 투자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정도로 영화소재 편식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