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대본을 쓴 과학연극 「산소」(원제Oxygen)가 오는 4월 3-20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미국 코넬대 교수이기도 한 로얼드 호프만과 칼 제라시 스탠포드대 교수가 쓴 작품으로, 과학자들이 극작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더구나흔히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 때문에 좀처럼 연극 소재로 쓰이지 않는 '과학'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그럼에도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선 학계는 물론 일반 관객들에게서도 많은 관심을 끌며 공연됐다. 공연은, 노벨상이 처음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됐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이름하여 '거꾸로 노벨상'. 2001년 노벨화학상위원회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아 산소를 발견한 18세기화학자 셸레,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 3명을 후보로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게 된다.누가 가장 먼저 산소를 발견했느냐는 것. 공연은 2001년과 1777년을 수시로 넘나들며 실제 세 과학자와 그 부인들이 공방을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기 자국 출신 과학자를 지지하는 심사위원들과 명예욕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무대에서 실제 화학실험도 벌어지며 배우들의 1인 2역 연기도 볼 만하다. 과학지식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게 공연을 기획한 공연기획모아측의 설명. 연출은 연극 종사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유망한 차세대 연출가'로뽑힌 김광보가 한다. 탤런트 안정훈이 연극무대에 데뷔하며 정규수 길해연 전현아 박용수 김보영이출연한다. 번역은 김철리 국립극단 예술감독. 한국과학문화재단, 주한영국문화원,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스웨덴대사관, 대한화학회 등이 후원하는 공연이다. 지난해 포항에서 대한민국과학축전 초청작으로 공연됐으며 당시 원작자 제라시 교수도 내한했었다. 한편 이 공연은 공연제작 주체도 조금 이색적이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제작비를 일부 댔고 주한 영국문화원, 프랑스대사관, 스웨덴대사관 등도 후원에 나섰다. 이 공연을 만든 공연기획 모아는 한국국가경영전략연구원으로부터도 제작비를받아 노사문제극 「잘 해 봅시다!」를 제작한다. 문예진흥기금 외에는 별다른 공연제작 지원이 없는 실정에서 새로운 지원자를 찾으려는 시도여서 주목된다. 모아는 앞으로도 계속 비공연계 자본을 연극 쪽으로 끌어들여볼 계획이다. 공연시간 화-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일요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2만원.☎ 744-0300.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