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력이 가장 융성했던 14세기 모로코의 한 젊은이가 '메카'를 향해 떠났다. 이븐 바투타라 불리던 이 젊은이는 30년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세 대륙에 걸쳐 있던 10만㎞의 이슬람 지역을 여행했다. 그리고 중세 이슬람의 풍습 문화 등을 기록한 여행서를 남겨 위대한 여행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후 7백년.KBS 취재진이 그의 험난한 여로를 다시 따라갔다. 55개국 13억명에 달하는 이슬람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오는 12일과 19일 밤 12시에 방송하는 수요기획 '이븐 바투타-7백년만의 이슬람 여행'은 21세기 이슬람인들의 삶과 갈등을 문명사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다. 12일 방송하는 1편 '마르지 않는 사막'은 바투타가 여행했던 시대와 다름없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무슬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슬람 신비주의자인 '수피'들의 비밀 축제를 공개하고 이슬람 최대 축제인 라마단을 밀착 취재했다. 또 부족의 전통과 '알라의 말씀'을 지키며 살고 있는 베드윈족의 삶도 소개한다. 그러나 인터넷과 위성방송을 통해 들어온 서구 문물과 기술 앞에 전통 이슬람 세계도 변화를 겪고 있다. 남편의 협조 속에 탤런트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서구 문명에 염증을 느껴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서구인도 생겨났다. '서구화냐,이슬람주의냐'는 요즘 이슬람 세계의 화두다. 19일 전파를 타는 '바람아 불어라'는 이슬람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해 취재했다. 이슬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반미를 외친다. 그러나 대표적 반미 지역인 이란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여성 운전사,여성 경찰이 신직종으로 각광받고 있고 히잡(스카프) 속에 감춰야 했던 이마와 앞머리를 살짝 드러내는 패션이 유행이다. 하지만 이슬람의 가치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구화를 수용하겠다는 것이 대다수 무슬림의 생각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