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슈미트"(알렉산더 페인 감독)는 한 남자의 "퇴직스트레스"를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성찰한 영화다. 퇴직으로 인한 상실감과 고독감이 무심히 지나쳤던 세상살이에 새삼 예민한 촉수를 드리우고 삶을 반추하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엉뚱하고 괴팍한 성격인 슈미트역의 잭 니컬슨은 늙는다는게 무엇인지 탁월하게 연기함으로써 인생무상의 진리를 일깨워 준다. 희극과 비극,행복과 불행,사랑과 증오,희망과 절망이 겹으로 묶여 있는 에피소드들은 삶의 실체가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슈미트가 장식없는 빈방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첫 장면은 많은 이웃과 직장동료들이 그를 위해 만찬을 베푸는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퇴직의 상실감을 반영한 빈방의 썰렁한 모습과 상실에 대한 위로를 표현한 화려한 만찬장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슈미트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도 애증이 절반씩 섞여 있다. 슈미트는 "마누라"를 평생 구박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숨지자 그리워진다. 그런데 죽은 마누라가 몰래 바람을 피웠던 사실이 새로 드러나자 이번에는 그녀의 연인이던 이웃남자를 찾아가 때린다. 그 이웃남자는 슈미트에게 가장 따스한 말로 위로해 준 사람이다. 또 기쁜 마음으로 반겨야할 사윗감(더모트 멀로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일한 희망인 딸은 "아빠와의 절연"이란 절망적인 말을 던진다. 슈미트가 "마음에 없는" 결혼축사를 근사하게 읊거나 직장과 딸로부터 "권위를 무시당한" 사실을 숨기는 대목들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세상살이의 단면이다. 또 슈미트가 자신이 후원하던 탄자니아 고아소년의 답신을 받고 눈물을 왈칵 쏟는 장면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함축한다. 하루 77센트를 후원하는 것으로 그를 도와준다고 생각했던 슈미트는 사실 고아소년으로부터 위로받고 있었던 셈이다. 진지한 주제를 다뤘으면서도 유머와 위트가 섞여 있어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퀴즈낱말맞추기로 소일하기,앉아서 오줌누기 같은 장면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더모트 멀로니와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가 각각 사위와 사위 어머니역을 맡았다. 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