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에 이어 첸 카이거 감독의 휴먼드라마 "투게더"가 찾아온다. 중국의 두 거장이 만든 신작들은 대중성이 예전보다 강화된게 특징이다. "영웅"이 화려한 영상을 무기로 관객을 공략했다면 "투게더"는 감정을 서서히 꼭지점으로 끌어올리는 드라마틱한 구성에다 적절한 유머로 관객의 심금을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이란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할리우드영화 "아이엠 샘"처럼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꼭 맞는 영화다. "투게더"는 바이올린신동인 아들 샤오천(탕윤)을 출세시키기 위해 수도 베이징에 온 아버지 리우청(리우페이치)의 눈물겨운 부정(父情)을 통해 성공과 행복, 서구물질과 전통사상의 갈림길에 서 있는 중국의 현주소를 그려냈다. 부자의 상경기는 낡은 이야기틀이지만 자본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에피소드들은 이 영화를 새롭게 느껴지게 이끈다. 샤오천 부자가 만난 두 스승은 중국의 두 얼굴을 말한다. 샤오천에게 음악을 음악으로 즐기도록 지도하는 지앙교수(왕지웬)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전통 관념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샤오천을 출세시키는데 보탬이될 만한 힘이 없다. 전통사상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서구화에 성공한 인물인 유교수(첸 카이거)는 샤오천을 성공시킬 수 있지만 제자를 자기 명예욕의 인질로 삼으려는 이기주의자다. 지앙교수의 집은 남루한 중국식인데 반해 유교수의 집은 깔끔한 서구식으로 단장해 두 사람의 배경과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서구문물인 바이올린이 "성공의 도구"로 그려지고 있는 배경에는 자본주의를 빨리 흡수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중국인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소비풍조에 물든 도시여자 릴리(첸홍)에게 샤오천은 자신의 꿈(바이올린)을 팔아 밍크코트를 사줄 만큼 물질문명의 유혹은 강력하다. 그러나 자본주의(성공)에 가까워질수록 행복과는 멀어지고 있음을 이 영화는 일깨운다. "문명의 이기" 휴대폰은 바이올린 연주를 방해하거나 대화분위기를 깨는 천박한 애물단지로 묘사된다. 도시인들이 휴대폰으로 나누는 대화에선 교양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샤오천이 곡절끝에 출세의 기회를 포착했을때 아버지와 이별해야 하는 절정부는 성공과 행복이 때로는 반비례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에피소드다. 가난하고 촌스런 아버지와 부유하고 세련된 유교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샤오천의 모습은 물질만능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리우청은 몰라도 "샤오천 아버지"하면 다 안다"며 아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아버지의 참사랑은 울림이 크다. 영화속에는 "한류열풍"이 감지된다. 유교수의 부인역에는 김혜리가 등장하며 샤오천이 좋아하는 여배우의 사진은 바로 김희선이다. "태양은 없다"의 김형구 촬영감독과 이강산 조명감독이 제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3월14일 개봉, 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