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를 소재로 한 영화들 중 진짜 권투영화라고 할 만한 영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존 보이트 주연의 70년대 영화 「챔프」는 부정(父情)이 인상에 남는 작품이며 실베스타 스텔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록키」는 3류 인생의 성공기를, 우리 영화 「챔피언」은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다음달 7일 관객들을 찾는 영화 「언디스퓨티드」(Undisputed)는 권투 경기 장면의 역동성을 강조한 영화로 이들 영화와는 달리 '본격 권투 액션 영화' 쯤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교도소 안의 챔피언과 교도소 밖의 챔피언의 '한판 승부'라는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지만 몸 만드는데 신경 꽤나 쓴 듯한 배우들이 출연해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와 빠른 편집으로 연출되는 권투 시합 장면은 힘있고 역동적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빠른 화면과 감각적인 인서트 화면 등도 인상적이지만 교도소 안에 쇠 창살로 지어진 링에서 해설자와 초대가수, 매니저에 심판까지(모두가 수감자들이다) 등장하는 권투시합이 정말 있기는 할까라는 식으로 생각이 흐른다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카메라 워킹이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라스트맨 스탠딩」의 월터 힐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네 멋대로 해라」와 「블레이드」 시리즈로 알려진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의 스윗와터 교도소. 직원포함 750명이 수용돼 있는 이곳에는 교도소 내 복싱경기에서 68승 무패를 기록 중인 '교도소 챔피언' 먼로(웨슬리스나입스)가 10년째 복역 중이다. 바람난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그는 이곳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죄수들 사이에는 영웅적인 존재. 어느날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헤비급 세계챔피언 아이스맨(빙 래임스)이 쇼걸을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스윗와터에 수감되면서 교도소는 둘 사이의 대결을 보고싶어하는 죄수들의 기대로 술렁거린다. 교도소 내에 자신 이외에 또 다른 챔피언이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한 아이스맨은 먼로와 신경전을 벌이고 말썽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교도소장은 먼로를 독방에 감금한다. 이에 교도소 내의 '어르신'이자 마피아 두목인 맨디 립스타인(피터 포크)는 교도소장을 협박해 둘 사이의 시합을 이끌어 낸다. 규칙은 심판 없이 둘 중 한 명이 못 일어날 때까지. 시합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아이스맨은 가석방을, 먼로는 게임에 걸린 판돈의 40%를 얻게 된다. 드디어 시합날, 둘은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승부를 위해 링에 오르는데… 제목 'undisputed'는 '논의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이란 뜻의 형용사다.(두산동아 영한사전)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