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포룸과 아동영화제 분야에 각각 초대된 '경계도시'와 '동승(童僧)'이 초반에 예상보다 좋은반응을 얻어 영화제의 초점인 국제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친북인사로 낙인찍혀 34년 간 귀국 못하는 상황을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감독 홍형숙)의 상영은 당초 정해진 시간인 7일오후 9시(한국시각 8일 오전 5시)에서 40분을 넘긴 뒤에야 시작됐다. 영화제 측은 당초 아르제날 극장 내에 234석 짜리 상영관을 마련했으나 관객들이 계속 밀려들자 급히 상영관을 하나 더 열어 이 극장 최초로 한 영화를 `긴급 동시상영'하는 준비를 하느라 독일에서는 드문 지각 상영을 하게 됐다. 영화제 측은또 미처 보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9일 예정에도 없던 추가 상영을 하기로 했다. 포룸 부문 진행자이자 이날 영화 상영 후 토론회에서 사회를 본 도로테 베너 씨는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뒤 특별프로그램에 초대하고 홍보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관객들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베너 씨는 "송 교수를 아는 사람들이 베를린에 많고 한국인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몰려온 이유도 있으나 작품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에 대해 독일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객석의 절반은 외국인이 차지했다. 영화 상영 뒤 1시간 여 가량 진행된 관객과 대화에서 토론자들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한국의 분단상황과 정치현실, 통독 이후 동서독 지역 간 갈등을 남북한에서는 어떻게 지향할 지 등을 집중 질문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과거 분단의 상징으로 경계도시였던 베를린을 통해 아직도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을 투영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또 송 교수의책은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자유롭게 팔리고 비디오를 이용한 영상 강의까지 이뤄져많은 사람이 그의 생각을 접하고 있는데도 그의 몸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희비극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앞서 아동영화 부문에 초대된 `동승(童僧. 감독 주경중)'은 개막일인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화면에 맑은 슬픔이 배어나오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7일 자 일부 현지 언론매체들도 `동승'을 별도 기사로 다루면서 시사회에서 기자들이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계도시'와 `동승' 외에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밀애'(변영주),`김진아의 비디오 일기'(김진아) 등이 뉴시네마 포럼 부문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 `플롯'(권지연)이 각각 파노라마 부문과 뉴러시안 시네마 부문에 각각 출품돼 베를린에서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