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정부는 바다 생태계를 안정시키고 수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어초(人工魚礁) 사업을 시작했다. 인공어초란 바다 속에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살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다. 가로,세로 각 2m 정도 크기의 시멘트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현재 1천9백여 곳에 1백10만개의 인공어초가 설치돼 있다. 인공어초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제대로 설치하면 물고기와 인간 모두에게 유용한 자원이 되지만 잘못 설치하면 무용지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5일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KBS 1TV '환경스페셜-인공어초,물고기 아파트인가,수중 쓰레기인가'는 현재 한국의 인공어초 실태와 효과적인 인공어초 설치 및 관리방안을 다뤘다. 인공어초는 바다 생태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해조류의 좋은 서식장이며 물고기들의 산란장이기도 하다. 또 거센 해류를 막아주고 와류(물살이 인공어초에 부딪치면 생기는 회오리)를 만들며 용존산소와 미세플랑크톤을 제공한다. 따라서 인공어초가 설치된 지대의 어획량은 보통 지역의 2.6배에 달한다. 그러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해 수중쓰레기로 전락한 인공어초가 많다. 인공어초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최소 1백개 이상씩은 모여 있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의 나눠먹기식 예산 집행으로 한 지역에 30∼40개씩만 설치되다 보니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또 설치할 때 철근을 충분히 넣지 않은 인공어초는 금방 부서져 버려 조각난 시멘트의 독성이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 어민들이 생각없이 친 고기잡이 그물이 어초를 덮어 해조류를 자라지 못하게 하고 물고기를 내쫓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희구 PD는 "인공어초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 내용까지 바뀌어 늘 시범사업만 하고 있는 꼴"이라며 "이제는 제대로 알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