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스타' 한석규가 4년만에 컴백해 고소영과 공연한 영화 '이중간첩'(김현정 감독·쿠앤필름 제작)이 2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총 제작비 60억원이 들어간 작품으로 냉전시대의 남북관계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쉬리'와 '공동경비구역JSA'를 잇는 기대작으로 주목받아 왔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JSA'가 남북한 인물들간의 대결이나 화해를 그렸다면 '이중간첩'은 냉전시대 남북한 정권의 기만성을 몸으로 체험한 인물을 내세워 양쪽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영화는 1980년대초 남한으로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한석규)의 삶과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 개의 조국(남북한),두 개의 신분(남북한 정권의 첩보요원)을 지녔지만 지상과업은 민족통일이란 점에서 림병호는 한반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북한 정권의 기만으로 탄생했지만 임무수행 중 남한 정권의 도구로 사용된다. 양측 정권의 하수인으로 '피의 축제'에 가담한 뒤 결국 양측 모두로부터 버림받는다. 영화는 냉전시대의 남북한 정권이 분단체제 유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두 정권이야말로 진짜 이중간첩이라고 말한다. 분단 상황에서 림병호와 남한 고정간첩 윤수미(고소영)와의 사랑은 잉태될 수 없는 '불임의 사랑'이다. 그들은 지구 반대편(남미의 리우데자네이루)으로 도피하지만 양쪽 체제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세부 묘사가 미흡한 것은 이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총구는 어깨를 겨냥했지만 다음 장면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든지,차량 추격장면 등에서도 배우들의 동작이 연결성을 잃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