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지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인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피터 잭슨 감독)이 오는 19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개봉된다. 전세계 흥행수입 9억달러 이상(역대 5위)과 아카데미 촬영상 등 아카데미 4개부문 상을 받은 첫 편의 후광을 업은 이 영화는 올 연말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함께 전세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2편은 악령의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중간계 화산으로 향한 반지원정대 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겪는 모험담이다. 악의 화신인 사우론과 사루만이 두 개의 탑을 근거지로 동맹을 맺고 로한왕국의 헬름협곡에서 다종족군을 향해 총공세를 편다. 첫 편의 국지전 양상과 달리 2편은 전면전의 성격을 띤 대서사극이다.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한 스펙터클한 전투와 액션장면은 전편을 능가하는 압권이다. 이 영화는 팬터지 모험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정치적이며 현실 비판적이다. 권력(반지)에 대한 욕망을 비판하고 지배문화(사우론)에 대항하는 주변부와 다양성(다종족연합군)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다종족연합군은 성지 탈환을 위해 이슬람 교도에 대항한 중세 십자군이나 2차대전 때 나치에 대응한 연합군의 모습과 흡사하다. 주인공 프로도(일라이저 우드)는 자력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난장이 호빗족의 일원인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특출한 마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꼬마 영웅' 해리 포터와는 다르다. 유한한 인간 아라곤(비고 모르텐슨)과 불멸인 엘프족 아르웬(리브 타일러)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도 왜소한 인간존재를 자각케 하고 타 종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프로도 일행을 안내하며 끊임없이 변심하는 괴물 골룸은 '변절을 일삼는' 인간에 대한 은유이다. 다양한 소품들과 엘프 오크 우루크하이 등 다종족의 특수 분장은 사실감이 느껴지도록 매우 섬세하게 처리됐다. 괴물늑대, 거대한 익룡과 코끼리,움직이는 나무종족 등 다채로운 생명들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