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 정도로 독창적이고 신비롭다"(LA타임즈) "'매그놀리아'와 '메멘토'를 섞었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영화를 만들었다"(시카고트리뷴) 리처드 켈리 감독의 데뷔작 팬터스틱 미스터리 "도니 다코"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기존영화의 문법을 벗어난 실험성에선 돋보이지만 강력한 반전으로 극전반의 모호한 사건 전개를 일시에 해결하려는 조급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영화속 에피소드 퍼즐을 풀면서 그리스신화속의 "미궁"에 빠진 체험을 경험한다. 자기 세계에 갖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는 고교생 도니 다코(제이크 길렌할)는 어느날 밤 토끼모양의 괴물 프랭크로부터 28일 6시간 42분 12초후 종말이 찾아온다는 말을 듣는다. 이튿날 아침 그의 팔뚝에는 28064212란 숫자가 쓰여 있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괴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다. 각 사건을 연결하는 동인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인간의 불안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만연한 종말론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정신개조운동가(패트릭 스웨이지)의 터무니없는 "사랑론"도 힘을 얻는다. 듀카키스와 부시의 대통령선거가 한창이던 88년 말께를 배경으로 삼은 것은 "모든 기능이 마비된 시대"(켈리 감독)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분법적 사고가 득세하던 레이거니즘이 팽배하던 당시의 미국 보수 중산층은 도덕적 붕괴에 직면해 있다. 영화속 정신개조운동가는 사실 상습적인 아동 성추행자였고,다코는 어머니에게 "비치"(암캐)란 욕을 뱉고,양부가 생모의 가슴을 난자한 파탄가정에서 성장하며,다층적인 시각을 제시하던 교사(드류 베리모어)는 쫓겨난다. 이 혼돈의 시기를 견디려면 다코 처럼 정신분열증에 빠져드는 길뿐이라고 이 영화는 주장한다. 22일 개봉. 15세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