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파이"의 한국판이라고나 할까. "몽정기"는 서른살 이상의 남자들이 사춘기 시절 가졌던 성적 호기심에 확대경을 들이 댄 코미디다. 한 번의 클릭으로 나신의 여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세대들은 경험할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이다. 음탕한 농담과 욕망이 전편에 깔려 있지만 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춘기 소년들의 따뜻한 마음,담임선생(이범수)과 교생선생(김선아)의 순수한 러브스토리가 흐름을 바로 잡아주고 있다. 80년대 후반,주인공 고교생 4명의 머릿속에는 여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이들의 별명도 "대물""폭주기관차""변강쇠""야생마" 등 모두 성과 관련돼 있다. 거울,참외,컵라면,철봉 등 사물들이 이들에겐 성적 유희의 도구다. 교생(최선아)도 성적 농담의 대상일 뿐이다. 교생의 팬티를 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에선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교생에 대한 성적 호기심은 사랑으로 변한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희롱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주인공들은 조금씩 성숙돼 간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여학생들의 파마머리나 소풍날 한 학생이 멋 부리며 입에 물고있는 성냥,섹스책이나 선데이서울 같은 주간지 등에선 80년대의 풍속도가 엿보인다. 야한 농담과 대사는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과장된 캐릭터나 흔한 결말,남성중심의 과장된 성 판타지 등의 단점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유머에 파묻히고 만다. 부천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99년 "자카르타"로 데뷔했던 정초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6일개봉,15세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