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국내 제작자였던 공연 프로듀서 설도윤(43)씨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제작자로 데뷔한다. 이 작품에 투자했던 코리아픽처스(대표 김동주)도 브로드웨이산 뮤지컬 투자에 나선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한국에서 제작자와 투자자로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삼성영상사업단은 1997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타임 어게인」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공연이 성사되지 못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이 제작ㆍ투자하는 작품은 12월 8일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개막하는「라 보엠」. 푸치니 원작의 오페라를 현대화한 작품으로 영화 「물랭루즈」「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바즈 루어먼이 연출한다. 루어먼은 푸치니가 썼던 낭만적 언어를 살리기 위해 이탈리아 원어를 그대로 쓰면서 시간적 배경을 1957년의 파리로 현대화해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지난 10-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트라이아웃'(일종의 시연)에서도 독특한 영상표현으로 "회화적 영상이 무대로 살아났다", "오페라 숭배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대중적 예술을 창조해냈다. 이 작품은 '리브레토'(오페라 대본을 일컫는 말)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나 극본의 모든 뉘앙스를 잘 아는 사람에게나 똑같은축제다" 등의 호평을 얻었다. 사전 제작비 650만 달러(한화 약 84억원) 가운데 트라이아웃 티켓 및 브로드웨이 사전 티켓 판매로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원) 가량을 이미 회수했다. 코리아픽처스는 이 가운데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작품 제작자로는 「렌트」와 「델라구아다」 제작자이기도 한 제프리 셀러와케빈 매컬럼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설씨와 코리아픽처스의 제작ㆍ투자 참여는 이들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설씨와 코리아픽처스의 임영근 공연팀장은 "연출자 루어먼의 예술적 재능과 공연장이 「미스 사이공」이 공연된 극장이라는 점, 그리고 「라 보엠」의 마니아가뉴욕에만 110만명이라는 점 등이 흥행의 가능성을 읽게 해 제작ㆍ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설씨와 코리아픽처스는 이번 제작ㆍ투자로 향후 입장권 판매 수익뿐 아니라 음반, 기념품 판매 수익도 나눠받으며 작품의 아시아 판권에 대한 우선 지명권, 해외순회공연시 제작ㆍ투자 우선권 등을 갖게 된다. 설씨와 임 팀장은 "시장이 좁은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먼저 브로드웨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간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은 흥행 성공작이 없었다는 점에서 정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이번 제작ㆍ투자 참여가 한국뮤지컬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