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산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솟았다. 산에 네 개의 구멍이 터지고 붉은 물을 5일간 내뿜고 그쳤다." 조선조 인문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는 제주 비양도의 탄생 장면이다. 천혜의 바다 협곡과 산호 동산에 둘러싸여 있는 비양도는 올해로 생성 1천년을 맞았다. 제주도 서쪽 바다 한림항에서 뱃길로 15분.20여 가구 50여명의 주민이 바다에 의존해 살아가는 소박한 섬마을이다. KBS 1TV에서는 23일 오후 10시 제주 비양도의 생태와 주민들의 생활,그리고 개발에 의한 생태 변화의 조짐 등을 카메라에 담은 '천년의 화산섬,제주 비양도'를 방송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제주도에서도 배를 타고 15분을 들어가야 하는 비양도는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화산 분출이 만들어낸 해발 1백14m의 오름인 화산섬 비양도에는 해송군락,팽나무,제주 특산종 섬오갈피,비양나무 등 1백여종의 다양한 식물이 살고 있다. 국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2m높이의 긴 바다 협곡에는 어린볼락,자리돔,돌돔,배도라치 등이 서식한다. 또 비양도의 서쪽 바다는 산호동산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종류의 산호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외에도 귀한 염생식물을 키워내는 염습지 펄랑호와 오름지대의 기본 토양인 용암가루가 쌓여 만들어진 송이층 등 비양도는 한국 땅에 몇 안 남은 생태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이 곳 주민들은 아버지대의 방식으로 바다를 일궈왔다. 멸치잡이,한치잡이 등으로 비양도 어민들은 소박한 삶을 가꿔가고 있다. 제작진은 그러나 "최근 탄생 천년기념 축제를 계기로 비양도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고 염습지 펄랑호는 개발 예정지로 정해졌다"며 "천년을 지켜온 비양도의 귀중한 생태는 영구히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