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미디어 아트 축제인 '미디어_시티서울 2002'가 26일 공식 개막한다. 서울시가 2000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하는 이영상축제는 11월 24일까지 60일간 서울시립미술관과 그 인근에서 열려 미디어 예술의 진수를 선보이게 된다. 주제는 '달빛 흐름(Luna's Flow)'.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정복' 수단이 아닌인류가 잊어버린 낭만을 다시 '건설'하는 도구로 삼자는 뜻이 담겼다. 주제에서 달은 미디어를 상징한다. 참여작가는 한국 37명, 외국 42명 등 모두 79명(웹전시 작가 제외)으로 이들은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주제를 관철한다. 이원일 예술총감독은 "대중성과 전문성이결합된 비엔날레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면서 "서정과 낭만이라는 달의 이미지를미디어 매체에서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다.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야외전시로 나뉘어 진행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릴 본전시는 △디지털 서블라임(Digital Sublime) △사이버 마인드(Cyber Mind) △루나즈칠드런(Luna's Children) △루나 노바(Luna Nova)로 분류된다. 미술관 건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각 전시공간을 눈, 피부, 두뇌, 심장, 골격 등의 개념으로 구분한다. 본전시 핵심인 '디지털 서블라임'의 경우 미술관 전면의 외부 유리창을 눈으로 설정하고 내부 공간을 피부로 간주해 생명성을 담은 작품들로 꾸민다. 두뇌에 해당하는 '사이버 마인드'에는 외국의 웹작가들이 실시간으로 작품을 내놓으며, '루나즈 칠드런'에서는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치는 공간이다. '루나 노바'는 아파트 구조의 모델하우스에 미디어 작품을 전시해 인체의 골격에 해당한다. 야외전시인 덕수궁 돌담 프로젝트는 시민의 향수와 추억이 깃든 돌담 공간에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할 방침이다. 이 돌담은 1960년대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낙선자들이 작품을 내걸었던 곳이기도 해 의미를 더한다. 축제를 빛낼 대표 작가는 백남준, 코디 최, 미국의 제니퍼 스타인캠프, 켄 파인골드, 프랑스의 카트린 이캄, 그리스의 밀토스 마네타스를 꼽을 수 있다. 2000년 칸영화제에서 '어둠 속의 댄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아일랜드 출신 가수 비욕의 작품도 나온다. 지난번에 '시장'을 내놨던 백남준씨는 올해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를출품한다. 백씨는 그동안 발표한 비디오 영상물을 전시 주제와 서울, 그리고 미디어이미지에 맞게 재편집해 보여준다. 미국 뉴욕대 교수로 재직중인 코디 최는 디지털 프린트 작품 'Twin-Funeral ⅠㆍⅡ'를 소개한다. 장례식 장면을 웹에서 내려받은 뒤 픽셀(화소ㆍ畵素) 크기를 확대해 캔버스에 옮긴 것으로 컴퓨터 시대에 상상력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트린 이캄은 가상 초상화 'Yoona1' 'Yurek' 'David'로 전자시대의 정체성을탐구한다. 모니터로 디지털 얼굴 모형을 뜬 뒤 이를 회전시켜 윤곽선만 남은 얼굴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환영으로 가득한 디지털의 실체를 드러낸다. 비욕이 내놓는 'All is full of Love'와 'Pagan Poetry'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인 인서트사일런스(InsertSilence), 뮤직비디오 제작가 크리스 커닝햄과 각각 공동작업한 작품. 'All is full of Love'는 비욕과 로봇 이미지를 결합해 촬영했다. 밀토스 마네타스의 작품은 'After Tomb Raider'와 'Abstract Super Mario'. 비디오게임인 '툼 레이더'와 '슈퍼 마리오' 등으로 프린트, 회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게임의 유희와 디지털 테크닉을 도구삼아 새로운 방식의 표현주의를 시도한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