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될 「루키(The Rookie)」는 부상으로 은퇴했던 야구선수가 뒤늦게 재기에 성공한다는 뻔한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실화가 지닌 무게가 관객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은퇴 이전에도 야구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유망주가 아니었고, 재기에 성공한 뒤에도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스타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질 만큼 극적인 그의 야구인생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릴 적부터 메이저리그 투수의 꿈을 간직해온 짐 모리스(데니스 퀘이드)는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훈련에 몰두하지 못한다. 그나마 83년 마이너리그에 입단해 메이저리그를 향해 발돋움하다가 치명적인 어깨 부상으로 야구복을 벗은뒤 텍사스 작은 마을의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일하며 고교 야구팀을 지도한다. 제자들은 혼자 매일 투구 연습을 하던 짐을 발견하고 자기들이 주 챔피언을 차지하면 메이저리거의 꿈에 다시 도전해보겠느냐고 제안한다. 바닥권에서 헤매던 제자들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약속대로 우승하고 트라이 아웃에 참가한 짐은 시속 98마일(157㎞)의 광속구를 뿌려 입단 제안을 받는다. 생계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망설이던 그는 아내의 격려 덕에 용기를 내어 다시 마이너리거 인생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그는 40세의 나이에 신인 메이저리거로 발탁돼 꿈에도 그리던 마운드에 우뚝 선다. 짐의 메이저리그 데뷔 나이는 최근40년간 최고령 기록이다(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현역 최고령 투수가 39세의 김정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나이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제작진이 이 영화를 만든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제작자 중 한명인 마크 시아르디는 99년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에서 마이너리그에 복귀한 고교 교사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영화화를 결심한다. 그는 짐과 밀워키 브루어스 마이너리그 입단동기이자 룸메이트였던 것. 짐은 마크가 자신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시도하던 중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완벽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레인 맨」의 제작자 마크 존슨, 「퍼펙트 월드」의 각본을 쓴 존 리 핸콕 감독, 「파인딩 포레스터」의 시나리오작가 마크 리치, 「더 록」의 촬영감독 존 슈왈츠만 등의 면면은 데니스 퀘이드, 레이첼 그리피스, 브라이언 콕스, 베스 그랜트 등의 출연진보다 더 화려하다. 그러나 스타성 대신 연기력을 택한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배우들은 캐릭터에생명력을 불어넣어 사실감을 자아냈다.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인 알링턴 볼파크에서 짐이 처음 등판하는 장면은 박찬호 선수의 첫승을 지켜보는 감격에 뒤지지 않고,짐이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면서 몇번씩이나 때려치울까 고민하는 대목은 이상훈 선수에 대한 연민을 곱씹게 만든다. 안정적인 일본 리그를 포기한 채 2000년 미국 마이너리그에 뛰어들었다가 지난5월 국내 리그로 복귀한 이상훈 선수가 짐 모리스처럼 지금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버리지 않고 투구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