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高行建.62)의 희곡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대화된다. 극단 반도(대표 주요철)가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하는「절대신호(絶對信號)」. 이 작품은 가오싱젠이 중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에 쓴 초기 희곡으로, 당시 그가 갓 입단해 활동했던 베이징(北京)인민예술극원(인예)이 1982년 초연했다. 가오싱젠은 이 작품 전에도 11편의 희곡을 썼지만 실제 상연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어서 사실상 데뷔작이나 다름없다. 「절대신호」는 리얼리즘의 대명사로 통하던 인예의 첫 소극장 실험극이었다. 이 때문에 찬반 논쟁도 거셌지만, 관객들은 작품의 현대적 표현과 진지한 문제의식에계속 몰려들었고 이후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100회가넘는 공연횟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중국 전위연극의 탄생'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장시(江西)성 간저우에서 태어난 가오싱젠은 소설가, 번역가, 극작가, 연출가, 비평가, 화가로 활약해왔다. 78년 첫 소설을 쓴 이래 소설.희곡 등을 활발히 창작했지만 작품이 판매금지되자 87년 중국을 떠나 이듬해 프랑스에 정치적 난민으로 정착한다. 이후 프랑스에서 수십편의 소설.희곡을 발표했으며 중국 태생으로는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절대신호」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진 강도사건 속에 젊은이들의 사랑, 실업, 현실의 부조리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그린다. 주인공 허이즈는 사랑하는 여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물열차탈취 음모에 가담한다. 그러나 이 열차에는 절친한 친구가 승무원으로 타고 있었고 또 과거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인도 있었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는 주 대표는 "중국의 문제작을 우리의 시각으로 해석, 공연하면서 당시 이 작품에 대한 중국 관객의 호응이 작가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에서 비롯됐고, 우리 역시 이에 공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주 대표가 번역.연출하고 이승호 김명천 이승찬 박지오 최재원 박정열 문성필 등이 출연한다. 88년 창단 후 「쌍시」「햄릿머신」 등 활발히 실험적 작품을 해오다가 94년 「영원한 제국」 이후 침묵에 들어갔던 극단 반도가 8년만에 올리는 작품이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30분.7시 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6시(월요일 공연 없음). ☎ 766-2124.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