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중심에 갖혀 있는 한,인간은 섬이다. 자기중심이란 미숙의 다른 이름이다. 나와 타인간의 경계를 넘어설때 사람들은 비로소 한단계 성장한다. 로맨틱코미디 "어바웃 어 보이"는 자신의 세계에 갖혀 사는 독신남이 더불어 사는 삶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노팅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으로 "로맨틱코미디의 황제"에 오른 휴 그랜트가 독신남인 윌역을 맡았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그랜트의 세련미는 간데 없다. 눈가에 주름이 깊은 노총각의 초췌하고 푸석푸석한 용모,자신감보다는 소심함과 공허감이 짙게 드리운 표정을 연기한다. 그의 고독은 "인생은 시튜에이션 드라마"라고 여기는데서 출발한다. 자신만이 고정 배역의 주역이고 파트너는 잠깐씩 출연하는 조역이라고 여긴다.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모르는 그는 소년이나 다름없다. 그는 가족이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직장도,애인도 두어달을 못넘기고 바꾼다. 작곡가였던 선친이 유산으로 남긴 노래의 인세가 있기에 생활고는 없다. 그는 부담없이 즐기기에 편한 아이 딸린 이혼녀를 찾던중 열두살의 마커스(니콜라스 호울트)를 만난다. 마커스는 우울증에 걸린 이혼녀이며 히피인 엄마 피오나(토니 콜레트) 탓에 "왕따"가 된 소년이다. 윌이 피터팬같은 어른이라면 마커스는 엄마를 깊이 배려할 줄 아는 "애늙은이"다. 두 "소년"은 간격을 조금씩 좁힌다. 여자에 대한 속내와 겉태도가 전혀 다른 윌의 이중성은 이 영화에서 웃음을 주는 묘약이다. 윌이 조역인 마커스 엄마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고,단역의 매력적인 여성에 빠지는 설정은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을 벗어난다. "아메리칸 파이"를 공동 연출한 웨이츠 형제 각본 감독. 22일 개봉.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