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황혜신(32)씨가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관훈동 관훈갤러리에서 '상실의 상실'전을 연다. 출품작은 '새벽' '정오' '저녁' '뼈를 던지는 남자' '뼈를 가는 여자' '황금만능'. 황씨는 실제 모델의 몸을 석고로 뜬 뒤 강화 플라스틱으로 인체형상을 만들었다. 의상이 입혀진 작품은 마치 연극무대의 등장인물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씨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들춰내고자 작품을 만들었다. 내면을 저버린 채 눈에 보이는 세상의 흐름만 좇고 있다는 것이다.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장면을 전시장이라는 낯선 장소에 설치함으로써 잊고 사는 자아를 반추하게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짜 맹인 조각품이 지팡이로 길을 막고는 한 푼 달라고 보챈다. 그는 돈 이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배금주의적 인간을 상징한다. 그 뒤로는 커다란 뼈다귀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남자와 빨래판에 뼈를 갈아 칼로 만드는여자의 모습이 교차한다. 이들은 일상의 폭력성과 보복성을 나타낸다. 한쪽에서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양복 차림의 남자가 길바닥에 복권을 토한다. 그옆에는 목적의식과 변화의지를 상실한 노숙자가 힘없이 벤치에 앉아 있다. 바닥에는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널브러져 있다. 아침, 낮, 저녁이라는하루를 상징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방향을 잃어버린 자아를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는 월드컵 때 터져나온 열기는 상실과 소외의 한 반영이었다고 본다. 잠시내면의 공허를 메울 수 있었지만 대회가 끝나면서 일시적 포만감이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빠지면서 일상의 풍경들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월드컵 후 경제에 초점을 맞춰 그 열기를 이으려 하고 있으나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뜻에서 전시를 열게 됐다"고말한다. ☎ 733-6469.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