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에 여자 하나가 등장하는 로드 무비. 멀리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가까이는 「밴디츠」에 이르기까지 눈감고도 익숙한 풍경을 떠올릴 만한 상투적 설정이지만 「이투마마(원제 Y Tu Mama Tambien)」는 우리에게 낯선 멕시코 영화답게 파격적이다. 단짝인 고관집 아들 테녹과 서민 가정의 훌리오는 시도때도 없이 치솟는 성욕을 주체할 길 없는 17세 동갑내기. 막 성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한 둘은 섹스 파트너인여자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유럽 여행을 떠나자 성욕을 발산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여기까지는 「아메리칸 파이」와 닮은 `멕시칸 파이'쯤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자 올해 골든글로브상 외국어부문 후보작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애인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테녹은 친척의 성대한 결혼 파티에서 연상의 사촌형수 루이자를 만난다. 한눈에 반한 테녹과 훌리오는 그에게 `천국의 입'이란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처음에 이들의 제안을 웃음으로 넘겼던 루이자는 남편이 외도를 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듣자마자 당장 떠나자고 부탁한다. 루이자의 속마음도 모른 채 각기 황홀한 순간을 상상하며 신이 난 테녹과 훌리오는 얼떨결에 둘러댄 `천국의 입'을 찾아헤매는 기묘한 여행을 시작한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버젓이 집에서 여자친구와 섹스를 즐기고 결혼식에서 만난 사촌형수에게 여행을 제안한다는 식의 설정은 우리 실정에서 쉽게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단짝 친구의 동성애를 포함하는 형수와의 2대1 섹스 장면에서는 "과연 저래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불경스럽고 발칙하긴 하지만 성적 자극을 내세워 말초적 흥미를 자아내는 영화와는 분명한 경계선을 긋고 있다. 고관집 아들의 일탈은 기성 정치에 대한 풍자이며 문사와 결혼한 간호사 출신 부인의 반항은 지적 엘리트를 향한 조롱이다. 감독은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정취를 할리우드에 접목해 주목을 받았던 알폰소쿠아론. 감성적 수채화 같은 전작 「위대한 유산」에 비해서는 장난스러움이 느껴지지만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극장 문을 나서는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아모레스 페로스」로 시카고 영화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차지한 훌리오 역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최근 국내 개봉작 「비포 나잇 폴스」에도 등장한 테녹 역의 디에고 루나는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신인남우상을 공동수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