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월드컵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채 내보내고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가족을 상대로 경솔한 말장난을 남발해 시청자와 청취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SBS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진행자인 탤런트 최화정은 27일 오후 방송진행 도중 느닷없이 흥분된 어조로 "독일 선수가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나 독일팀이 탈락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나간 직후 각 언론사와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등에는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축구팬들의 문의가 빗발쳤으며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는 쇼핑하던 수백명이 독일팀의 탈락으로 한국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일제히 환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최씨의 이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FIFA(국제축구연맹)에 의해 확인됐다. 최화정도 곧이어 "사실무근이다. 제가 확인을 하지않고 흥분된 마음으로 전해서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방송을 했으나 청취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이 장난이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있는 터에 공인으로서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내용의 질타성 글들이 빗발쳤다. 제작진은 "최화정씨가 방송중 코디 이모씨로부터 '독일 약물 중독 걸려서 우리나라 결승 진출이래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이 같은 내용을 방송했으나 확인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4차례에 걸쳐 사과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드컵 특집「서세원쇼」(연출 이용우)에서는 MC 서세원이 초대손님으로 나온 축구 국가대표 김남일,송종국 선수의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표 선수들의 과거를 놓고 빈정거리듯 말해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서세원은 김남일 선수가 고교시절 방황해 가출한 적이 있다는 김 선수 아버지의 말에 "어디서 잡아왔어요?"라고 되묻고는 김선수의 아버지가 "부평에서 여관 잡아놓고 웨이터 노릇을 하고 있더라구요" "여관에서 사흘동안 같이 자면서 여러모로 많은이야기도 하고..."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아버님도 같이 웨이터 생활을 하면서?"라며 말꼬리를 잡고 김선수의 과거를 소재 삼아 농담을 던졌던 것. 이를 본 네티즌들은 "서세원씨의 무례한 행동으로 김선수 아버지의 가슴에 피멍을 들었을 것"이라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상품으로 사람을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영선 CP는 "김 선수의 아버지는 녹화가 끝날 때까지 전혀 기분 나빠 하지 않았으며 자체심의에서도 축구 선수 부모들이 남몰래 자식에게 쏟은 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방송된 KBS 2FM「강성연의 가요광장」에서도 게스트로 출연한 탤런트 손지창과 그룹 자전거탄풍경, 붉은 악마 회원 이진영씨가 "한국이 솔직히 실력으로 4강까지 올라간 것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해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방송이 나간 뒤 제작진과 손지창, 자전가탄풍경, 붉은악마 회원 이진영씨 등은 각각 해명성 글을 게시판에 올려 사태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그간 각종 오락 프로그램들이 진행자들의 돌출되고 튀는 입담과 애드리브에만 의존해오다보니 그 문제점이 월드컵이라는 국민감정이 고조된 특별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라면서 "전문적인 인력 섭외와 언어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이 방송사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 간사도 "공인으로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내보내는 것은 일종의 방송사고"라면서 "진행자 자체보다도 무조건 진행자에게만 의지해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사들의 제작 행태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