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카라라는 대리석 조각의 본향이나 다름없다. 세계 최고의 대리석이 이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가 여기서 채석했고, 헨리 무어도 카라라의 대리석을 애용했다. 질좋은 석재를 구할 수 있는 만큼 카라라는 국제적 조각활동 무대로 각광받고 있다. 작가는 카라라의 대리석을 쪼고, 카라라의 대리석은 작가를 대성시키는 상호보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원로 조각가 이운식(李雲植ㆍ65ㆍ전 강원대 예술대학장ㆍ한국조각가협회 고문)씨는 1990년 카라라에 머물며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단 1년간의 체류였지만 그에게 새로운 발견과 창작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이씨는 철과 스테인리스로 1950년대와 60년대에 작업했다. 이후 주로 다룬 소재가 청동. 1980년대 이후 석재로 방향을 튼 그는 카라라의 대리석을 만나면서 요즘은 돌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2월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초로의 그이지만 그동안 가진 개인전은 고작 두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대중 앞에 작품을 내놓는 데 신중했다. 이탈리아카라라(1990년)와 서울 동숭미술관(1992년)에서 가진 전시회가 전부였다. 이런 그가 세번째 개인전이자 회고전을 26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갖는다. 출품작은 1961년작 청동 '불사조'와 1975년작 철조 '전설', 1990년작 석조 '정염' 등 28점. 올해 조성한 청동작품 '기(氣)'도 선보이게 된다. 이씨는 출품작에서 원형적 생명체를 다루되 자신의 개성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왔다. 일반적으로 조각은 엄격한 규칙성과 대칭적인 균형, 확고한 부동성에 충실하나 그는 상반된 조형논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조각을 독립된 생명체로 간주한 가운데 여기에 살아 숨쉬는 율동성을 부여한다. 형태의 단순화를 지향하면서도 사방 어디에서 봐도 새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 이는 대칭성을 외면한 데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한국 웰딩(Welding) 조각의 개척자로 꼽힌다. 웰딩 기법은 쇠를 불에 녹여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1960년대 초에 이를 도입했다. 그는 이밖에 현대조각그룹인 원형회 창립(1963년), 현대공간동인회 결성(1972년), 한국조각가협회 창립(1985년) 등에 앞장섰다. 평북 영변 출신인 이씨는 서울대 조소과를 나왔으나 모교의 초빙에도 불구하고 강원대에서 30년간 재직하며 강원지역 미술 발전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강원미술대전을 발족시키고 강원조각회를 결성(1984년)한 주인공이 그다. ☎ 736-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