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그래픽의 따뜻함과 제한된 대사의 잔잔함. 그리고 자연과 자유에 대한 갈망. 작년 여름「슈렉」으로 디즈니의 「아틀란티스」와 콜럼비아의 「파이널 환타지」를 누르고 애니메이션 극장가를 제압했던 드림웍스가 올 여름에는 꽤나 다른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7월5일 개봉될 영화 「스피릿」은 인간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야생마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날로그식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이 혼합된 그래픽이다. 협곡 등의 배경은 3D의 입체적인 그래픽을, 그 안의 인물들은 평면적인 2D 그래픽을 이용하는 식의 화면은 독특하지만 3D 화면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 어느정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시대의 미국 서부. 야생 종마 '스피릿'은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 야생마 무리를 이끌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두발 달린' 인간을 마주치면서 상상도 못했던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에게 붙잡혀 팔려간 기병대의 요새에서 자신을 길들이려는 군인들을 차례로 낙마시키며 의기양양해하는 스피릿. 냉혹한 '대령'은 물과 먹이를 주지 않으며 스피릿을 굴복시키려 한다. 백인들에게 붙잡혀 갇혀 있던 인디언 '리틀 크릭'과 함께 탈출에 성공해 인디언 마을로 온 스피릿은 그곳에서 암말 레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머지않아 스피릿은 인디언 마을을 습격한 대령에게 다시 잡혀 눈 내리는 북쪽 땅으로 끌려간다. 재갈을 차고 다른말들과 같이 생활하는 스피릿. 절망스럽지만 자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던 중 그를 구하러 온 리틀 크릭의 도움으로 탈출,대령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말(馬)이 주인공인 영화라 역동적인 장면이 곳곳에 들어 있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적이다. 영화의 무게를 생각한 제작진이 스피릿이 인간의 말(言)을 할 수 있게하는 것을 피했기 때문. 「리플리」의 맷 데이먼이 연기하는 회상식의 내레이션을 제외하고는 인물의 감정은 음악을 통해 표현된다. 때문에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라이언 킹」과 「글래디에이터」의 한스 짐머의 영화음악은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Get off my back', 'I will always return' 등 주제가를 부른다. 대자연이 배경이며 주제이니 만큼 이를 표현한 아름다운 화면도 이 영화의 강점이다. 도입부에 '새의 눈으로 보여주는' 산과 들판의 모습과 계곡, 절벽에서의 추격장면 등 환상적인 화면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올 여름 개봉예정인 디즈니의 「릴로&스티치」나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등경쟁사 애니메이션과의 경쟁에서 드림웍스의 「스피릿」이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 지도 흥미꺼리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