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액션 블록버스터 "예스터데이"(감독 정윤수)는 가까운 미래이야기란 점에서 올초 개봉한 SF물 "2009 로스트메모리즈"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로스트..."가 안중근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미수를 가정한 가상역사물인 반면 "예스터데이"는 인간보편성에 관한 영화다. 자신과 닮은 개체를 복제하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통제하고픈 인간욕망의 무모함을 미래시점에서 고찰한다. 주제는 복제인간이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스릴러 형식으로 수면위에 떠오른다. 총제작비 80억원이 소요된 이 영화는 김승우 김윤진 최민수 김선아 등이 가세한 호화배역,의상 2백50여벌,총기류 14종 1백여점,탄환1만여발 등 대형 물량과 세트를 동원해 풍성한 시각효과를 드러낸다. 무대는 2020년 통일 한반도에 형성된 첨단 문명도시 인터시티. 은퇴과학자들이 잇따라 살해되고 이 사건을 추적하는 SI(특수수사대)팀장 윤석(김승우)의 아들도 납치돼 죽는다. 경찰청장마저 피납되자 그의 딸이자 범죄정신분석가 희수(김윤진)가 수사팀에 합류하면서 범인 골리앗(최민수)의 실체가 드러난다. 영화는 범인색출 과정보다는 과학의 힘을 빌어 타인을 자의적으로 지배하려는 인간탐욕을 경고하는데 주력한다. 골리앗은 사실 살인마인 동시에 유전공학의 희생자다. 유전자조작으로 통제하기 용이한 인간을 만들려던 20세기 과학자의 실험에서 실패한 소산이다. 윤석도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정체는 골리앗의 유전자변형으로 탄생한 복제인간 다윗이다. 골리앗추적을 숙명으로 타고나 그에게 아들을 잃는다. 골리앗이 "아버지" 과학자를 죽이고,다윗이 "아버지" 골리앗을 처단하는 대목은 무모한 역사를 살부(殺父)의식으로 단죄함을 상징한다. 비록 과학자는 참회해 신부로 살아가지만 그가 자행한 비윤리적 행동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영화는 또 복제인간도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주장한다. 다윗은 골리앗의 복제인간이지만 그와 전혀 다른 인격이다. 다윗이 숨진 아들을 복제하기를 포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들이 다시 태어나도 과거의 그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복제가 결코 영원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터촬영으로 전 화면에 음울한 톤을 유지하는 것도 미래의 비관적 인식에 바탕한다. 고도문명의 인터시티에서 낙후지역인 게토가 가장 인간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그렇다. 술과 담배,재즈가 흐르는 이 곳은 삭막한 기계문명해 비해 오히려 따스하다. 카드형인터넷폰,치아스캐너 DNA스캐너 등 각종 첨단기계,공중에 떠다니는 광고비행선,초고층빌딩과 기묘한 행색의 다양한 인종 등은 미래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 깊은 주제의식과 화려한 비주얼은 분명 불모의 한국SF영화 터전에 작은 씨앗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추상적인 대사들은 관객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한다. 에피소드간 유기성이 떨어져 인물들간의 갈등구조가 예각으로 승화되지는 못했다. "2009로스트메모리즈"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죽음"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점은 재고해야할 대목이다. 어린이의 죽음은 등장인물들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끝내 짐으로 남을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