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은 이른바 '한국영화계 3인방'의 합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65),정일성 촬영감독(73)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2000년 '춘향뎐'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이들은 이번에 수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세기가 넘는 전통을 지닌 칸영화제는 거장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취화선' 초청을 통보받은 뒤 "늙은이들을 두번씩이나 불러놓고 빈손으로 보내기야 하겠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30대 감독과 40대 제작자가 주도하며 한두 편 실패라도 하면 퇴물 취급하는 영화판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3인방의 만남은 지난 83년 이뤄졌다. 임 감독이 이 사장을 찾아와 세계에 내놓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들은 당시 최고의 촬영감독 정일성씨를 영입해 '비구니' 제작에 돌입했다. 필름을 2만자나 쓰면서 촬영을 진행했지만 외부의 입김에 의해 제작이 중단됐다. 그 후 '노을'(84년) '도바리'(87년) 등의 영화도 외압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3인방은 90년대 초반 '장군의 아들' 시리즈로 한국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93년엔 예술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서편제'로 크게 성공을 거둔다. 그 뒤 '태백산맥' '축제' '창'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들의 신화는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00년 '춘향뎐'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춘향뎐'을 만들 때는 몇마디 대화로 모든 게 이뤄졌다. 이 사장이 "임 감독,이번엔 뭐할 거요?"라고 물었고 임 감독은 "'춘향뎐'을 할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이 사장이 "촬영은요?"라고 묻자 임 감독이 "정일성 촬영감독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사장은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84년 제작자들이 줄을 섰는데도 임 감독이 자신을 찾아준 것에 아직도 고마움을 갖고 있다. 반대로 임 감독은 제안사항을 선뜻 수용하고 제작과정에 간여하지 않는 이 사장에게 늘 감사한다. 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