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의 마지막 상영작인 「취화선」의 공식 기자회견이 2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기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회견에서 외국 기자들은 주로 조선시대 말 격변기를 살다간 천재화가 오원장승업의 삶과 임권택 감독의 삶을 비교하는 데 관심을 나타냈다. 임권택 감독은 "장승업 선생이 20대에서 50대까지 화가로 살았던 것처럼 나 역시 20대에 영화감독을 시작해 지금까지 위치를 지키고 있으며, 40이 넘은 나이에 결혼한 점이나 여자와 술을 좋아한 점 등도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장르는 서로 다르지만 내가 감독으로서 겪은 많은 체험이 이 영화에 녹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역사적 사실의 고증에 대해서는 "장승업 선생에 관해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그의 삶을 표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살아있는 인간을 그려내는 데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춘향뎐」에 이어 두번째로 칸 경쟁부문에 입성한 임감독은 "「춘향뎐」이 판소리를 소재로 소리와 영상의 조화를 극대화시키고자 했다면 「취화선」은 속도 빠른 전개를 통해 한폭의 그림 같은 영상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의 결말을 미스터리로 남겨둔 까닭을 묻자 "장승업이 1897년 52세 나이로 행방불명된 뒤 사람들은 그가 화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 신선이 됐을 것이라 추측했지만 나는 그가 '완성자'로 머물러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항상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고뇌 때문에 또다른 '미적 세계'를 창조하는, 그런 방법으로 죽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장승업은 도자기를 굽는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다. "등장인물이 사색적이기보다는 '육체적'(physical)이고 활동적으로 그려져 있는것 같다"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타이틀롤을 맡은 최민식씨는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의 비약이 심한 영화"라고 전제한 뒤 "전통적인 드라마 투르기를 따르지 않고 에피소드와 에피소드의 연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이 장승업 선생의 발자취를 쉽게 좇아갈 수 있도록 파워풀하게 연기했다"고 대답했다. 장승업의 인생 스승으로 등장하는 안성기씨는 "임권택 감독님의 작품에는 주로'길'이 많이 등장한다. 길은 새로운 세계,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개척정신을 의미하는 것 같다. 장승업 역시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기보다 항상 새로운 것, 즉 '미지로의 여행'을 몸소 체험하려 했기 때문에 '활동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회견의 사회를 맡은 피에르 르시앵 파테영화사(프랑스 최대 영화배급사) 고문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로고가 새겨진 주홍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시스템이 예술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가 발전하는데 힘이 됐다"고 소개했다. (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