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싸인 세자빈,발랄한 대학생,냉소적인 반항아.' 새내기 탤런트 이유리(21)가 갖고 있는 세가지 얼굴이다. 그녀는 얼마전 막을 내린 데뷔작 KBS 2TV '학교4'의 반항아 '서원'역을 맡아 1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유리는 현재 KBS 2TV 대하사극 '명성황후'(수·목 오후 9시50분)의 '세자빈'역과 KBS 1TV의 일일드라마 '사랑은 이런거야'(월∼금 오후 8시25분)의 '윤아'역을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다른 이미지 때문인지 이유리가 두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얼마 안된다. "생각이 깊고 바른 '세자빈'은 언제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눈물을 많이 보이는 편이에요. 반면 '윤아'는 짜증을 잘 부리고 욕심도 많지만 밝고 맑은 인물이에요. 두 인물의 성격이 너무 달라서 그런지 '제가 두 역을 같이 하고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연기생활을 1년쯤 해온 그녀는 사극 출연을 꺼리는 대부분의 신세대 연기자들과 달리 '명성황후'의 '세자빈' 역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다루고 있는 '명성황후'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무척 자부심을 느꼈어요. 가슴 아파하거나 복잡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연기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사극을 촬영하기전엔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이유리는 요즘 명성황후로 출연중인 선배탤런트 최명길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명길 선배님이 나라의 국모로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 따라서 울게 된다"며 "선배님의 연기 하나하나에서 '진짜 연기'란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리는 이제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지만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쑥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금방 떴다가 사라지는 스타가 되기보다는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옆에 남아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