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고 있다. 덕분에 재혼이라는 단어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재혼한 집안의 자녀들은 어린 나이에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한다. 그중 아버지와 성(姓)이 다른 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감수성이 깊은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다. MBC TV가 가정의 달을 맞아 다음달 1,2일 오후 9시55분에 방송하는 '난 왜 아빠랑 성(姓)이 달라'는 재혼한 가정에서 양아버지와 다른 성 때문에 아이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 이야기한다. 30대 중반의 전업주부 서지연(박지영).한곳에 머무르며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전 남편 제준효(윤동환)와 7년전 이혼했다. 아들 영민이가 첫 돌도 되기 전이었다. 그후 현재의 남편 김현수(이영범)를 만난 지연은 다시 웃음을 찾았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한때 버림받았던 상처가 자리잡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것만 같은 집안에 영민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호기심이 왕성한 영민이는 자신이 '김영민'인줄 알고만 있었다. 하지만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이 '제영민'으로 올라있자 어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친구들은 이런 영민을 놀리기 일쑤다. 영민은 이제 학교에 가는 것마저 싫어지게 된다. 지연에겐 시어머니 때문에 영민의 문제가 더 풀기 어렵게 느껴진다. 다소 엄격하지만 경우 바른 시어머니는 '천륜은 거역할 수 없다'며 영민이 성을 바꿔 집안의 장손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 속 영민이가 겪는 문제들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가는 자녀가 양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친양자법'은 성균관 유림과 여성계의 팽팽한 대립으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기획한 최강욱 책임PD는 "이혼한 여성들의 70% 이상이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통받는 아이들의 수는 엄청나다"며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아이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것은 큰문제"라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