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학생들이 모두 박찬호나 박세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교육현장의 문제점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인 EBS TV 'PD 리포트'(목요일 오후 9시20분)가 18일 방송분에서 체육특기자들의 수업결손 문제를 다룬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서울 신당동 청구초등학교 야구부의 모습을 통해 체육특기자들이 운동을 그만둬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제작진이 운동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뽑은 서울 신당동 청구초등학교 야구부는 20여년 전통을 자랑한다. 물론 이 곳 아이들의 꿈 역시 박찬호 같은 스타가 되는 것.그러나 부모와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르다. 아이들이 운동 하나에만 매달려 그 꿈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아슬아슬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 야구부 손용근 감독(43)은 10여년 전부터 야구부 아이들에게 한자 영어 일기 등의 숙제를 매일 내주고 엄하게 검사하고 있다. 감독의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은 공부에도 열심이다. 지난 2월에 있었던 교내 한자경시대회에서 야구부 아이들의 대부분이 좋은 성적으로 입상해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중학교부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상급학교로 스카우트되기 위해서는 전국대회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다행히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직업선수가 되기 위해선 또다시 운동에만 전념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밟아온 학생들이 운동을 그만두고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제작진이 만난 체육특기자 출신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운동밖에 몰랐던 학창시절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1998년까지 프로농구선수였던 SBS 2년차 뉴스카메라맨 오영춘씨(34)는 "농구를 그만 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했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며 "후배들은 이런 일을 다시는 겪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연출을 맡은 손희준 PD는 "운동성적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도자 학부모 교사들의 의식개선과 교육부의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고"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