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차례 황사가 전국을 훑고 지나갔다. 꽃보라를 시샘하는 흙바람의 한바탕 기승이라고나 할까.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千ㆍ變ㆍ萬ㆍ花-봄 이야기'전(12-28일). 그곳에서는 도란도란 들려나오는 봄과 꽃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뽀얀 흙먼지가 사라진 뒤의 맑음과 화사함이 더 반가울 것이다. 출품 작가는 18명. 1902년생인 도상봉에서 1972년에 태어난 홍장오까지 70년 세월이 일궈낸 회화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작은 모두 60여점. 김환기, 박고석, 박수근, 장욱진 등 현대미술사를 빛낸 작가들이 봄맞이 대열에 합류한다. 봄이라고 하면 자칫 계절 예찬에 그치기 쉽다. 주최측은 이런 상식적 기획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봄이라는 테마를 다루되 신선함과 완성도를 인정받는 전시마당을 꾸며보고 싶다는 것이다. 전시공간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제1전시 '산천의 봄-세상의 봄'은 도상봉, 김환기, 박고석, 박수근, 장욱진, 김병기 등 작고 또는 원로 작가의 구상작품으로 봄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밝고 화사한 색채 속에서 방황과 고뇌로 점철된 인생의 심오함을 뒤적여보고자 한다. 제2전시에는 '심상의 봄'이라는 소주제가 붙는다. 곽인식, 박영남, 전병현, 정종미 등 봄의 심상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추상작가들이 초대됐다. 그리고 '千變萬花-꽃 이야기' 주제의 제3전시에는 고영훈, 김종학, 도윤희, 양만기, 엄정순, 이대원, 정광호, 홍장오 등 실험성 강한 작품이 출품된다. 여기서는 작가의 짧은 에세이로 봄을 느껴볼 수도 있어 즐거움이 두 배다. ☎ 720-1020.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