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현대극장의 창작 뮤지컬 '고려 팔만대장경'이 지난달 29-31일 일본 도쿄(東京) 신국립(新國立)극장 중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한일 월드컵 기념으로 신국립극장과 주일 한국문화원 등이 공동주최한 것으로 국내 공연이 신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지난해 오페라 '황진이'에이어 두 번째다. '고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인 팔만대장경을 소재로 당시 몽골군의 침입으로 신음하던 고려 백성들이 고려대장경과 불력(佛力)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염원을 그린 작품. 지난 99년 예술의 전당 초연을 시작으로 2000년 일본 후쿠오카(福岡)와 요코하마(橫濱), 필리핀 마닐라, 2001년 미국 하와이와 워싱턴 등지에서도 공연을 가졌던작품이다. 이번 도쿄 공연에서는 첫날 천황의 외동딸 노리노미야(紀宮)가 공연장을 찾은것을 비롯, 둘째날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관람하기도 하는 등높은 관심을 보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에서 공연된 한국 작품을 본 고이즈미 총리는 작품에 대해 "멜로디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으며 고려 역사와 팔만대장경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전 문부상과 조세형 주일 한국대사 등도공연을 관람했다. 작품은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각수 '비수'가 승려인 '수기대사'와 힘을 모아 화재로 소실된 대장경을 다시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장경 제작으로 국력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반대파와의 갈등, 대장경을 만드는 데 쓰일 판재를 실은 배가 강화도 앞바다에 침몰하거나 몽고군의 침입으로 대장경이 다시불에 타는 등의 시련을 통해 팔만대장경이 완성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역사적 사건 속에 비수와 상장군의 딸 '단아'와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비수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때문에 승려가 됐다가 대장경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몸을 내던지는 단아의 희생 등 개인들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양식적으로는 동서양을 접목시킨 음악에 장구를 활용한 춤, 십이지신상을 형상화한 가면극과 승무 등을 적절히 활용해 한국적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현대를 적절히수용했다. 일본 관객들은 특히 장구춤과 승무를 접목시킨 팔관회 장면과 북을 활용한 타악연주 등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또 회전무대를 활용, 커다란 배가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는 장면이나 대장경을 보관한 강화도에 불이 나는 장면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한 탓인지 종종 배우들의 동작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극의 전개에 비약이 많다는인상을 주었다. 연출자 김진영씨는 "불교의 '업'이라든가 절대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대중의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고 싶었다"면서 "작품에 한국적 색채가 너무 강해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한국을 알리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2년쯤은 계속해외공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6-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영원한 사랑의 강」(부제: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