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다. 그리고 역동적이다. 고정관념을 털어낸 파격이 두드러진다."(만레이 슈 대만 큐레이터) "무엇보다 전시주제가 좋다. 부대행사가 줄고 전시에 역점을 둔 것도 평가 할만하다. 특별전을 본전시에 끌어들여 격이 높아졌다."(김홍희 쌈지스페이스 관장) "기존 비엔날레에서 단골로 보이던 얼굴들이 드물어 새로움을 느낀다. 광주 비엔날레가 정체성을 새로이 갖춰가는 것같다."(윤명로 서울대 교수)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친다. 역사현장을 전시장으로 꾸민 점도 이채롭다."(아키라 다테하타 일본 다마미술대 교수) 지난 29일 개막된 제4회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장을 둘러본 국내외 미술인들은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 대체로 높은 점수를 매겼다. 준비과정에서 미숙함이 일부 드러나기도 했으나 전시 주제와 내용은 기존의 비엔날레와 대비되는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주제는 '멈춤'으로 설정됐다. 숨가쁘게 달려온 삶의 수레바퀴를 잠시 멈추고 새 도약의 방향을 예술적 사유로 다시 모색하자는 뜻이 담겼다.휴식과 재충전 과정을 거친 뒤 공세적으로 대안을 찾자고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효율성 일변도의 서구적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4회째로 접어든광주비엔날레의 자기성찰이기도 하다. 감상자에게는 자신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계기를 제공한다. 이 주제는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는 평이 많았다. 성완경 예술감독은 진보성, 역사성, 공공성, 환경성이라는 평소의 철학과 예술관을 집약시켜 비엔날레에 적용했다. 본전시와 특별전이라는 규모별, 대륙별, 형식별 분리방식을 없애는 대신 주제와 연관성을 갖는 네 프로젝트로 대등하게 본전시를꾸몄다. 일부 전시를 도심으로 끌어낸 점 역시 높이 평가됐다. '멈춤' 주제의 '프로젝트1`과 `저기:이산의 땅' 주제의 `프로젝트2'가 중외공원 비엔날레관에 마련된 반면 `집행유예'와 `접속'의 `프로젝트3'와 `프로젝트4'는 비엔날레관에서 수km 떨어진 5.18자유공원과 남광주역 도심철도 폐선부지에서 별도로 열리고 있다. 역할을 다한 이들 공간은 망각 속에 버려진 가운데 재탄생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주제와 합치된다.딱딱하게 박제된 예술에서 부드럽게 살아 숨쉬는 예술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네 개의 프로젝트 중 핵심은 아무래도 `프로젝트1'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성완경 예술감독과 찰스 에셔 스웨덴 말뫼현대미술관 관장, 후한루 프랑스거주 큐레이터가 공동기획한 것으로, 이들은 미국의 문화적 패권주의를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경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시각에 따라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미국 작가나 스타급 예술가들을 의도적으로배제한 것은 이때문이다. 참여작가는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20대와 30대의 대안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장르도 설치 위주로 구성됐다. 기획자들은 작품과 관람자의거리를 없앰으로써 감상자들이 작품 속을 부담없이 드나들며 마치 재래시장에라도온 것처럼 편안한 즐거움을 만끽토록 했다. 모두 26개의 대안공간 사이에는 18개의파빌리온(정자ㆍ쉼터)이 마련됐는데, 작품과 파빌리온의 경계가 감쪽같아 관람객은착각의 묘미까지 얻어갈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성전'에 올려진 예술을 일상 공간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본전시와 특별전의 주종관계를 청산하려 했듯이 전시장의 안과 밖도 수평관계로 돌려놓고자 했다. `프로젝트3'와 `프로젝트4'에서도 확인되듯이 시민참여의 축제성을 겨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과정의 치밀함 부족과 작품감상의 안정성 미흡 등 보완해야 할 점도눈에 띄었다. 개막 하루 전까지 작품설치가 70%에도 미치지 못해 프레스 오픈 참석자들을 불안케 했고, 전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작가의 푸념을 샀던 게 그 예이다. 철야작업 끝에 간신히 설치작업을 마치고 개막할 수 있었으나 깔끔한 출발을 위해서는 좀더 세심한 사전준비가 필요함을 일깨워주었다. 일부 작품의 경우 관람객이 부주의하면 사고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어 예방책이 필요하다. 상당수 작품이 건축적 성격의 설치인 데다 관람자가 자유롭게 드나들게 돼 있어 주의는 더욱 요망된다. 가파르게 오르내려야 하는 계단과 어두운 조명속에 난데없이 나타나는 낭떠러지, 작품을 감상하며 지나다가 머리를 부딪히기 쉬운쇠토막 등이 그것이다. 예상 관람객 중에 어린 학생이 많고, 노약자도 적지 않다는점에서 더욱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기존의 그것과 형태가 다른 만큼 낯섬과 충격효과가 일단 크다.기획자들은 이번 전시를 완성이 아닌 생성의 시작이라고 규정한다. 미완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진행형일뿐이라는 얘기다. 스타급 작가 대신 대안그룹 중심으로 전시를꾸밈으로써 실험성과 역동성을 부여하려 함도 그같은 맥락에 선이 닿는다. 더불어 예술의 근엄함과 행사의 일회성을 버리고 그 친숙성과 지속성을 얻어내려 한다. 전시기간 후에도 작품은 계속 그 자리에 놓여 시민과 함께 호흡하게 될 '프로젝트4'는 이를 잘 상징한다. 이와 관련해 후한루는 "개막은 있으나 폐막이 없을것이다. 우리는 생산품이 아니라 생산성을 추구한다"며 비엔날레 의미를 함축했다. 광주가 현대미술의 새 정보발신기지가 될 것인가 하는 기대는 그래서 갖게 된다. (광주=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