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소설가 허버트 웰스(1866~1946)는 1백여년전 공상과학소설 '타임머신'을 발표했다. 1960년엔 조지 펄 감독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2년에 와서 원작자 허버트 웰스의 증손자인 사이먼 웰스는 영화 '타임머신'을 21세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내놨다. 19세기 말 뉴욕. 천재 과학자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권총강도를 만나 애인 엠마를 잃는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하트겐은 4년동안 두문불출하며 타임머신을 개발한 뒤 엠마를 구하러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나 과거에서는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래 여행에 나선다. 2030년에 도착해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 하트겐은 현대로 돌아오려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80만년 후의 미래로 내던져진다. 그곳에서는 엘로이족과 머록족이 지상과 지하의 세계로 나눠 살며 대립하고 있다. 하트겐은 머록족에 납치된 엘로이족 여전사 마라(사만다)를 구하기 위해 지하세계로 뛰어들어 머록족 우두머리와 맞대결을 벌여 승리한다. 영상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전편에 비해 훨씬 화려해졌다. 타임머신이 놀라운 성능에 비해 좀 엉성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19세기말 뉴욕 거리나 엘로이족의 공중가옥 등은 훌륭한 볼거리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준다. 현실성 없는 80만년 후로 주무대를 옮기면서 단순 판타지로 전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천재 과학자가 머리를 쓰기보다는 람보 못지 않은 담력과 체력으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설정도 어색하다. 할리우드의 현란한 영사기술만 횡행할 뿐 정교한 과학적 상상력이 실종돼 버린 영화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이정환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