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백제 책사 파진찬 '최승우'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전무송(61)이 한 시트콤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전무송은 지난 11일 시작된 KBS 2TV의 시트콤 '동물원 사람들'(월∼금 오후 7시45분)에서 동물원장 '고대식'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연기 변신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작가와 연출자가 만들어주는 상황에서 신선하게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그는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역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고대식 동물원장은 정직하면서도 무엇이든 심사숙고하며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쉽게 삐쳤다가 치켜세워 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면도 있습니다" 전무송은 이 역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전했다. "후배들이 자기들끼리만 술 먹으러 가거나 집에서 아이들이 나만 빼놓고 얘기하면 표현은 못하지만 왠지 섭섭해져요. 그러다가도 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그런 생각은 금방 잊어버립니다" 그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 쑥스러운지 마치 소년처럼 수줍게 웃었다. 순수함이 한 없이 묻어나는 이런 그의 얼굴이 냉정하고 날카로운 백제 책사 최승우의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전무송은 4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해왔다. 지난 62년 현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드라마센터를 통해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좋아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젊었을 때 놀기만 하고 공부는 안했어요. 그런데 연극을 하기 위해서 셰익스피어를 읽다보니 이 속에 인생이 있더라고요. 구태여 목민심서를 읽지 않아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연극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딸과 아들 모두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큰 딸 전현아는 SBS 인기사극 '여인천하'에서 경빈의 심복 '금이'로 나오고 있다. "이젠 진짜 악역에 도전하고 싶어요.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 웃음 뒤엔 거대한 악이 도사리고 있는 커다란 조직의 보스 같은 역 있잖아요"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